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칼을 휘두르면서 미래와 싸우고 있다. 이제는 미래의 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작성일 : 2025.03.01 07:50 수정일 : 2025.03.04 06:41 작성자 : 정치에디터 박세미
바깥세계가 한국보다 더 빠르게 변하면,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창발적 역동성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조성하자.
1) 거대 기득권 담합구조 등 진입장벽을 없애자.
신생기업 중에서 성공한 기업을 ‘유니콘(Unicorn) 기업’이라고 한다. 유니콘 기업은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았지만, 기업 가치를 10억 달러(1조 1400억 원)이상으로 평가받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2017년) 「유니콘으로 바라본 스타트업 동향과 시사점」에 의하면 세계 유니콘 기업 186개 가운데 76%가 미국(99개)과 중국(42개) 기업인 데 비해,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렇듯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이 생겨나면서, 유니콘 경제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성적은 너무 초라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보다 바깥세계가 더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 속도가 느리다는 말은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 경제는 성장판이 너무 일찍 닫히는 ‘조기 성장판 폐쇄’에 직면하고 있다. 수년째 1인당 GDP가 2만 달러대에 있다가 최근에야 3만 달러대에 진입하고, 성장률도 연 2%대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패스트 팔로’ 성장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창발적 혁신’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런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얽매여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이런 경직성과 현상유지 집착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유니콘 기업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계 유니콘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57개가 한국에 오면 불법이거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성장할 수 없는 기업이 된다고 한다. 공유경제 기업이 유니콘 상위 10개 가운데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기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득권을 보호하는 진입장벽, 정치와 경제 간의 유착관계 등 기득권의 거대 담합구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것 외에도 한심한 사례는 더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원격진료는 의료계의 반대로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칼을 휘두르면서 미래와 싸우고 있다. 이제는 미래의 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제 생각의 창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확 바꿔야 한다.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의 순환단계마다 정부가 원칙 없이 포퓰리즘식으로 개입함에 따라, 대기업은 정책금융에, 중소기업은 보조금에 기대어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 재벌, 정규직 노조 등 기득권 세력이 담합하여 만들어낸 삐뚤어진 생태계에 의존하여 퇴출되어야 할 기업이 연명하는 현상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재정과 세제 지원을 통해서 신기술에 기초한 혁신성장, 연구개발,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혁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구분하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 업체를 육성하는데 정책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규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벽을 획기적으로 허물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역동적인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과 대기업에 포획된 정부가 세계 흐름에 맞추어 정책의 탄력성을 회복하고 현상유지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 친화적으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한강의 기적, 디지털 기적 등 두 번의 기적을 이루었다. 지금은 ‘멈춰버린 기적’에 20년째 안주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들린다.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진 구조개혁에 의존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는 간신히 넘겼지만, ‘1997년형 경제 엔진’은 이제 수명을 다한 것 같다.
글로벌 시장의 환경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눈을 뜨는 속도가 늦다. 안타깝게도 재벌체제, 귀족 노조 등 기득권 세력이 거대 담합구조라는 보호막에 숨어서 혁신을 방해하는 병리현상만 깊어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거대 담합 체계를 해체하지 못하고 경제 생태계의 건강성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정부가 혁신을 외치면서 창업지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치킨집만 늘어나고 있다는 비아냥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저성장의 한국경제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한국 경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경제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경제의 생태계는 생물학에서 빌려온 말이다. 자연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군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생산-소비-분해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선순환 구조를 유지한다. 동시에 생태계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균형 상태로 복원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경제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생산)-가계(소비)-정부·금융권(분해)으로 연결된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경제순환 메커니즘을 담당한다. 기업은 생산자, 가계는 소비자, 정부와 금융은 분해자의 역할을 한다. 동식물이 노화되어 소멸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분해자 역할을 하듯이, 정부와 금융이 소멸과 재생을 도와야 한다. 더블어 산업과 과학기술, 복지는 경제 생태계의 하위 생태계로서 이들 경제주체의 순환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혁신을 통해 진화하지 않는다면, 생태계는 결국 소멸한다. 마비되어 죽어가는 생태계가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질병부터 치료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들을 살펴보자. ①기득권의 고착화, ②기득권 세력 간의 주고·받기식 공생관계, ③변화를 거부하는 경직성, ④근본적인 처방보다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단기주의, ⑤위험부담을 기피하는 현상유지 증후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문제점들은 변화, 혁신을 기피하는 정체현상에서 생긴 증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재벌·산업·노동을 포함해 경제 전체의 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한다. 밑에서 경제를 떠받치는 교육·과학기술·복지를 비롯한 관련분야에 대한 대수술도 불가피하다.
기업가들은 현상유지의 집착증에서 벗어나 고통이 따르더라도 혁신적으로 기업경영을 하고, 노조도 혁신을 선도하는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게된다는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기업은 혁신을 상시화하여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을 생산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은 시장의 조정 및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 혁신적인 기업을 지원하여 더 발전시키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시켜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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