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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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우크라이나는 서방 동맹의 도움을 받아 힘에 의한 영구적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휴전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동맹은 힘이 부치고, 키를 쥐고 있는 트럼프의 생각은 다른 데 있는 듯 하다. 젤린스키의 바램은 몽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성일 : 2025.02.21 12:07 수정일 : 2025.02.21 08:28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좌에서 우로) 미국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가 안보 보좌관 마이크 왈츠, 사우디 아라비아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국가 안보 보좌관 모사드 빈 모하마드 알 아이반,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 정책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가 2025년 2월 18일,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의 디리야 궁전에서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The Epoch Times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더 많은 관세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우리는 쉬운 방법으로 할 수도 있고, 어려운 방법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를 성사시킬 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션 모나건(Sean Monaghan)은 1월 말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지금 읽어야 할 책은 "거래의 기술"이 아닌, 정치학자 알렉산더 조지(Alexander L. George)가 쓴 "강압적 설득: 전쟁의 대안으로서의 강압적 외교"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와 동시에 강압적 설득의 최종단계인 "최후통첩" 마저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 간의 상호 뿌리 깊은 불신을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관리들의 회담이 있었다. 미국 측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특사가 참석했고,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회담이 끝난 후 우사코프 보좌관은 국영 TASS 통신을 통해 "리야드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갈등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한 대화가 이루어졌으며 양측이 서로의 이익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무부도 회담이 있은 후에 모스크바와의 외교 채널을 복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새로운 노력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에는 미국-러시아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의 영토에서 외교 사절을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회담이 션 모나건이 우려했던 바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정작 이 회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에서 유럽을 소외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월 17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유럽 지도자들의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궁극적인 평화협정은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안보 보장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취약한 휴전과 같은 다른 해결책은 러시아의 또 다른 속임수일 뿐이며 우크라이나나 다른 유럽 국가에 대한 새로운 러시아 전쟁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자신들의 사활이 달린 문제를, 자신들은 패스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독단적으로 처리하려는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의 표명일 것이다. 상황의 구조는 다르지만 본질에 있어 1950년대 초반 한반도에서 진행되었던 휴전협정 과정을 연상케 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있은 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상호 비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2월 19일, X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는 미국에 3,500억 달러를 지출하도록 설득하여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뛰어들게 했고, 결코 시작될 필요가 없었지만 미국과 트럼프가 없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게시물에서 트럼프는 "선거가 없는 독재자 젤렌스키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젤린스키는 트럼프가 허위 정보에 흔들리고 있으며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푸틴과 러시아가 이 문제들이 그들(미국)과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밴스 미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현재 접근 방식이 트럼프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부지역의 상당한 영토를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인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 하겠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이 소련의 봉쇄를 위해 중국과 외교를 정상화하고 WTO에까지 적극적으로 가입시켰던 오래지 않은 역사의 데자뷰(deja vu)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추구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광물자원 무기화에 대응하여, 평화협정 후 안보 보장을 구실로 우크라이나의 광물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금 당장,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반대하는 트럼프의 제안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까지 영토로 편입할 수 있으니 훗날을 기약하고 잠깐 호흡을 가다듬을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현재의 우크라이나 처지에 딱 맞는 표현인 듯 하지만 사실은 존 미어세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를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부로 자리매김하게 한 2001년의 저서 이름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막강한 힘은 안보를 위한 확실한 보장이 된다. 이같은 동기로 강대국들은 서로 상대방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비극적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대국들의 각축장에 들어와 있는 비강대국은 어떠한가? 더 큰 비극적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너무나 현실적인 국가간 권력의 메커니즘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과 템포의 설정이 중요한 이유이다. 먼 동유럽의 상황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 2월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X계정에 올린 글. [사진 : X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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