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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8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무위원, 국가정보원, 광역자치단체, 군·경찰·해경·소방 등의 주요 직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정부는 지난 2월 10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58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개최했다. 중앙통합방위회의는 매년 국가 방위 요소별 주요 직위자들이 모여 통합방위태세를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통합방위란 적의 침투ㆍ도발이나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종 국가방위요소를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여 국가를 방위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가방위요소란 군, 경찰, 소방, 민방위대뿐 아니라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일부 사업장까지를 포괄한다. 사실상 국가의 모든 요소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모두 「통합방위법」에 근거하고 있다.
통합방위본부를 운영하는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회의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무인기・사이버 위협,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 등의 위협에 대해 전 국가방위요소를 통합해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위를 굳건하게 지키기 위한 방안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과 함께 북한의 사이버 위협 및 대응 방안도 다루어졌으며 사이버 공격을 받은 시스템의 긴급 복구 방안, 전산망 보호, 범정부적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 강화 등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2023년에 국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공격 시도의 80%가 북한의 소행임을 감안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논의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비하여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보호에 관한 대책을 수립ㆍ시행함으로써 동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도록 하여 국가 안전과 국민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이 제정되어 있다. 이 법의 주무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다. 여기에서 정보통신기반시설이라 함은 국가안전보장ㆍ행정ㆍ국방ㆍ치안ㆍ금융ㆍ통신ㆍ운송ㆍ에너지 등의 업무와 관련된 전자적 제어ㆍ관리시스템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말한다. 통합방위중앙회의에서 논의되었던 내용과 중복되는 지점이다.
국가 기능의 유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이 서로 중복되는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규정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테러의 예방 및 대응 활동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과 테러로 인한 피해보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네가지의 법률에는 각각이 추구하는 바를 구현하기 위해 중앙통합방위협의회-통합방위본부, 정보통신기반보호위원회-정보통신기반침해사고대책본부, 중앙안전관리위원회-중앙안전대책본부, 국가테러대책위원회-대테러센터 등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 작동방식을 보면, 위기상황에 따라 특정 부처가 주도하고 나머지 부처는 지원하는 개념이다. 법률에 의해 정부부처별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정해져 있으므로 소관분야의 위기상황에 대해 해당 부처가 상황을 관리하는 방식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는 정부부처의 관점에서 국가기능의 유지와 국민의 안전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위기상황 발생시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부처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부처간 유기적인 협조를 위해 각 회의체 운영의 책임이 대부분 국무총리로 지정이 되어 있고, 국가안보실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부처간 유기적인 협조를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첫째는 초기단계에서 위기상황의 성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는 적의 도발일 수도 있고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으며 테러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부처가 상황을 주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는 사회의 초연결성ㆍ초융합성으로 인해 특정 상황이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위기상황으로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일 상황이 발생했을 때와는 상황관리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국가 기능과 국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다양화ㆍ다원화 되어가는 초연결ㆍ초융합환경에서는 위기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 개념을 정부부처의 관점이 아니라 보호대상의 관점으로 바꾸어야 한다. 적 침투ㆍ도발, 전자적 침해, 재해재난, 테러 등으로 구분할 일이 아니라 위해(危害)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의 유형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해의 유형에 따라 각 부처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이를 조정ㆍ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초기대응이 이루어진 다음, 주체나 원인이 구체적으로 파악되면 각 부처의 고유기능을 고려한 상황관리나 사후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위기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는 정부의 기능과 조직에 관한 문제이므로 입체적이고 심도 있는 정책결정과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위기관리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 등의 이슈가 창발하여 국가안보 이슈로 전환되는 신흥안보 차원의 문제로서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개별적이고 누적적으로 발전시켜 왔던 위기관리와 관련한 개념과 제도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통합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