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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육군훈련소로 입영하고 있는 장정들. 이들은 입영 다음날로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중지 대상자가 된다. [사진제공 : 육군] |
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와 제60조에서는 의무복무를 이행하는 사람이나 군간부후보생의 건강보험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에 의하면, 병역법에 따른 현역병(지원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용된 하사를 포함), 전환복무된 사람(의무경찰순경, 전투경찰순경, 해양전투경찰순경, 의무소방대원) 및 군간부후보생(각 군 사관생도, 준사관후보생 등)은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보험급여가 중지된다. 그렇지만 이전의 보험혜택은 다른 절차에 따라 똑같이 보장받을 수 있다. 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비용을 국방부ㆍ경찰청ㆍ소방청 또는 해양경찰청이 대신하여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률적 근거에 따라 현역병은 입대일의 다음날 급여가 정지되며 전역일의 다음날로 급여정지가 해제된다. 따라서, 현역병(전환복무자 포함)은 입대일로부터 복무 종료 시까지 건강보험료 납입의무가 면제된다. 정확하게는 입영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부터 전역일이 속한 달까지 면제된다. 하지만 보험료 면제도 지역가입자에 한해 직접 신청해야 가능하며, 직장가입자는 아예 해당되지도 않는다. 직장가입자의 자녀가 현역병으로 복무를 하게 되면 사실상 부모와 국방부가 이중으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2023년에 부담한 보험급여는 90,554백만원이다.
국방부는 2021년 8월 1일부터 현역병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본인부담금 중 최대 80%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현역병과 상근예비역, 간부후보생이다. 병사들에게는 실제 실손보험과 같은 효과가 있어 민간병원 진료비의 본인부담금 중 일부 금액을 공제한 뒤 환급받을 수 있다. 가령, 민간병원에서 본인 부담금이 5만원 이상 나올 경우에는 80%까지 환급을 받을 수 있고 5만원 보다 적으면 1-2만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으며 1만원 이하인 경우는 지원이 안된다. 환급금은 우선 병원에서 진료비를 전액 납부한 뒤 추후 국방부가 개인통장으로 입금을 해 주는 식이다. 국방부가 이 사업에 지원한 예산은 2022년에는 11,269백만원, 2023년에는 15,598백만원에 이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군 복무기간 중에 실손의료보험을 일시 중지하고 전역 시 기존의 계약조건으로 보험을 재개할 수 있는 군 장병 실손의료보험 중지·재개 제도를 2024년 7월 1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병역법에 따른 현역병으로, 장교·부사관 등은 제외된다. 실손보험 중지 기간 동안 발생한 의료비는 보장되지 않지만 군 복무로 발생한 상해로 인해 계약 재개 후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서는 보장받을 수 있다. 군 복무 중에는 대부분의 의료서비스가 군에서 제공되고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본인부담금에 대해 최대 80%까지 국방부에서 지원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고자 시행하는 제도이다.
한편, 군 간부라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고 1년 마다 갱신하여 계약하는 군인 단체보험이 있다. 이 보험은 맞춤형 복지제도의 일부 예산을 이용하여 하사 이상의 현역 간부 등이 매년 마다 가입하는 단체보험이다. 일반 보험과과는 다르게 현재 증상이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실손 보험 가입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크게 생명ㆍ상해, 진단금, 입원일당, 실손보장(4세대)으로 구분되며 보험 분기는 3개월 단위로 구분이 보험은 생명ㆍ상해 보장, 암 또는 뇌졸증등의 진단금, 입원일당 및 실손보장을 받을 수 있다. 현역 간부 외에 군무원, 국방부 소속의 공무원, 공무직 근로자, 1년이상 근무중인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도 수혜대상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여러 제도들을 보면, 의무복무를 이행하는 젊은이들에게 의료비와 관련하여 상당히 합리적인 보험혜택이 부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병역의무 이행자를 급여중지 대상에 포함한 처사이다. 1989년 들어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한 이후에도 현역병은 건강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국방부와 보건복지부의 협의에 따라 2004년에 그나마 현재와 같은 방식의 현역병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에서는 국외에 체류하는 경우, 교도소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경우와 함께 현역병 등을 급여중지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보험의 급여제한에 관련된 입법을 하는 경우에는국민감정과 같은 사회정책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라고 결정한 1995년의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다. 현역병은 국방과 안보를 위해 전체 국민을 대표해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 중이므로 엄밀히 말해 현역병에 대한 질병치료 책임은 우리 국민 모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보다는 국민정서와 보훈 측면을 우선 고려하여 병역의무 이행자를 급여중지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현역병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되었을 때 현역병의 건강보험료는 국방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역병 건강보험제도를 현재의 예외적인 법률조항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정상적인 수혜자로 전환하고 병역의무이행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건강보험료는 국가가 부담하자는 취지이다.
둘째, 군인 단체보험 대상에 현역병을 포함하는 문제이다. 군 복무 중에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서는 군·민간 병원 구분 없이 국가가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의료 선택권 행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현역병의 민간 의료서비스 이용량과 선호도는 2004년 현역병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국방부는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 본인부담금 중 최대 80%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복지기금을 활용한 군인 단체보험과는 성격과 보장에 있어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는 별도의 상해보험 등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현역병 군인 단체보험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이미 2019년에 보험연구원을 통해 이 제도의 도입방안을 연구한 바가 있다.
현역병 등 병역의무 이행자를 정상적인 건강보험제도 수혜자로 전환하면서 건강보험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이나, 현역병의 군인 단체보험제도 모두 가장 큰 제약은 예산의 가용성일 것이다. 병 급여수준이 이미 초임간부의 수준에 육박한 상황에서 또다시 예산을 확대하기에는 국가재정 상 상당한 압박이 있을 것이다.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예우를 종합적인 차원에서 검토하지 못하고 국가재정을 단순히 급여인상에만 투입한 정책이 못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역병의 의료지원제도를 전면 재정비하여 현재의 건강보험제도 비용과 본인부담금 지원예산을 활용하고, 병 급여체계의 일부를 정비한다면 큰 제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도들을 검토하고 정비하기 위한 더 본질적이고 시급한 노력은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양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