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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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언어! 정치인의 말!

정치인의 말로 군인의 언어를 해석해선 안된다.

작성일 : 2025.01.15 11:07 수정일 : 2025.01.16 09:47 작성자 : 백자성 (js25172@newssisun.com)

2010년 11월 23일, 북한 개머리 진지에서 연평도를 향해 방사포 170 여발을 쐈고 해병대 연평부대가 80 여발 응징 사격을 한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화염 속에서도 연평부대 장병들이 대응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국방부]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체포하여 조사를 시작한 1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은 16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란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정확하게는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이다. 법률안은 외환 행위의 근거로 "대북확성기 가동, 무인기 침투를 통한 전단 살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시도 등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여 무력충돌을 유발하고자 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 것이며 전쟁을 유발하고자 한 것"으로 적시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4일에 발의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표현이 있었다.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의무를 내팽개쳐 왔다"라고 명시했다가 2차 소추안에서는 슬그머니 뺐었다. 이번에 발의된 특검법에서도 '외환 행위'가 포함된 사실에 대해 논란이 많다. 경쟁자를 고사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낸 정치적 프레임 치고는 나가도 너무 많이 나갔다.

  이러한 프레임이 단순히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김영삼 정부로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여섯 명의 대통령이 안보관련 행사에서 시행했던 연설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한국 전략문화의 속성을 도출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전쟁과 수난에 대한 집단기억이 북한과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정치이념적 지형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에게 씌우는 외환 행위의 프레임이 단순한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연구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상당수 정치엘리트들의 전쟁에 관한 인지부조화적 관념에 기인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의미이다.

  전쟁은 무장집단 간의 단순한 폭력행위가 아닌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의 연장이다. 전쟁의 폐해만을 부각시켜 이를 부정하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 전쟁을 지배하는 국가의 정치적 목적과, 그러한 목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현대국가의 태생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무지의 소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틸리(Charles Tilly)는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AD 990-1992」이라는 저서에서 현대 유럽 국가의 기원은 전쟁과 전쟁 준비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한다"라고 썼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쟁은 무턱대고 회피할 대상이 아니다. 항상 경계는 해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모든 국민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적 상태를 '상무정신'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한민국 상무정신의 최전선에 국군이 있다. 2010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우리 군은 정전 교전규칙의 피동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응징'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적의 도발이 확인되면 도발강도의 3~5배로 응징한다든지 원점뿐만 아니라 지휘 및 지원세력까지 타격하는 개념이 군인의 공식적인 언어로 문서화되었다. 자칫 피동적인 교전규칙으로 인해 항상 서슬이 시퍼래야 할 군인들이 무뎌지거나 패배의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러한 언어가 실행에 옮겨지기까지는 엄격한 절차와 단계를 적용함으로써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북확성기 가동은 이러한 확장된 응징개념에도 해당되지 않는 기본적인 군사적 옵션이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원점타격이라는 옵션은 시기적으로 후순위였겠지만 군사적 옵션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무인기가 수차례에 걸쳐 우리의 영공을 침범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인기로 대응하는 군사적 옵션은 오물풍선의 원점타격과 같은 맥락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군인의 언어이다. 그런데, 이러한 군인의 언어가 전혀 다른 문법을 가진 정치인의 말로 해석되고 있다. 특검법에 적시된 외환 행위라는 것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더군다나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도 없고 확인할 필요도 없는 정치인의 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군은 선진화된 문민통제가 규범화되어 있는 군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인의 말로 군인의 언어를 해석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계속되면 군인의 언어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군인의 언어가 오염되면 날이 녹슬어 그 칼은 무용지물이 된다. 대한민국 상무정신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국군이 무용지물이 되면 적만 이로울 뿐이다. 정치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겠는가?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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