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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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의 외교행보를 보며 갖게 되는 단상(斷想)

개인과 국가의 도덕적 기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 둘을 착각하면 국가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작성일 : 2025.01.12 09:39 수정일 : 2025.01.14 12:23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그린란드의 한 풍경, 트럼프 주니어는 1월 7일(현지시간) 그의 아버지가 미국의 편입을 바라는 뜻을 거듭 밝힌 지 몇 주 만에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 Channel 4 News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달 7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얻기 위해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압적인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가 집권 1기에 이어, 지난해 12월 그린란드를 사들일 생각이 있다고 밝힌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며 반박한 데 이어 독일과 프랑스도 일방적인 국경 변경은 불가하다며 미국을 견제하는 형국이다.

   그린란드는 지구상에서 남극과 함께 육지가 수천 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인 둘뿐인 지역으로 덴마크 왕국의 구성국이자 자치령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카도르 도법으로 제작된 세계지도에는 그린란드가 아프리카 대륙과 비슷한 크기로 보이나 실제로는 1/14에 불과하다. 면적은 약 216.6만 km²로 한반도의 9.68배이다. 인구는 56,000명 정도로 수도인 누크를 비롯한 몇 개 도시에 집중해 있으며 인구밀도는 0.026명/km²에 불과하다. 2009년 6월 21일에 자치를 선언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국방이나 외교 사안 등 권리가 덴마크에 있다. 반면, 그린란드는 지하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사법권, 경찰권, 입법권 등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그린란드는 석유와 가스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지리학협회(AGS)의 조사에 따르면 6억톤 이상의 희토류가 매장돼있으며 가치는 10조달러(약 1경4500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에 관심이 쏠리면서 중국은 수년 동안 그린란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시진핑은 북극에서 거의 1,500km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극에 가까운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문화 및 기술 프로젝트 외에도 건설 작업을 통해 그린란드에서의 입지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그린란드에서 희토류를 탐사하는 두 개의 호주국적 광산회사 중 한 곳은 중국 국영 광산회사인 성허자원(Shenghe Resources)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그린란드 입장에서는 덴마크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독립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지원을 통해 그린란드에서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할 경우 북극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함께 전략적 경쟁상대인 중국에 대한 견제도 가능해진다. 미국은 툴레 공군 기지로 알려진 피투픽 우주 기지를 그린란드에서 수십 년 동안 운영해 왔다. 이 기지는 탄도미사일 관측 전초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 북미로 가는 최단 경로가 북극을 지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이러한 지정ㆍ지경학적 특성은 미국에게 있어 군사적, 전략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 이러한 전략적 요충지를 트럼프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해 21일,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사용하며 받는 대우가 불공평하다며 통행료 부과에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하여 이번 달 7일에는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파나마 측은 운하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통과 선박이나 방문자 센터에 있는 사람들 말고는 운하에 중국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지협을 관통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약 82km 길이의 운하다. 1880년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건설을 시작된 이후 미국이 미합중국 해군 함대의 신속한 전개를 위한 전략적 목적에서 운하 개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파나마 운하가 없으면 미 해군은 대서양 함대와 태평양 함대의 상호 연계나 전력 재배치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1914년에 운하를 개통하여 운영하던 미국은 파나마와 운하 반환 협정을 맺고 1999년 12월 31일 운하를 반환했다. 1914년에 완공된 이후 85년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의 반환 가능성을 언급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실질적으로 파나마 운하를 운영한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미 당국자들의 우려는 파나마 운하 양 끝에 위치한 두 개의 항만에 집중돼 있다. 이 항만은 수십년간 홍콩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회사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홍콩 억만장자 가문이 대주주인 기업으로, 엄밀히 얘기해서 중국 정부 소유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국가안보법을 홍콩까지 확대 적용하는 등 일련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우려이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했다. 대만과 단교 후 시진핑이 2018년 파나마를 처음으로 국빈 방문해 무역, 인프라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파나마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실제로 중국군이 파나마 운하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파나마 운하라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트럼프가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세계의 지정학적 경혈(經穴)에서 전략적 경쟁상대인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 또는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선명하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은 이렇듯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해양물류를 위한 경제적 항로의 개발이나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단순한 선의의 경쟁이 아니다. 자국의 핵심이익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천명하거나 전략적 요충지에서의 군사기지 선점 등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치열한 정보전과 공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전쟁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개인적 차원의 도덕기준과 국가적 차원의 도덕기준을 착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사고이다. 개인의 도덕적 기반을 원천으로 하는 국내정치의 대립현상이 국가 간의 문제를 다루는 외교나 안보사안에 그대로 투영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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