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oreign Affairs This Week(January/February 2025)에 "Why South Korea Should Go Nuclear"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에세이의 표지 그림.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Foreign Affairs. |
미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셰이머 교수는 그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할 의도를 품을 정도로 막강해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 지역으로부터 철수할 것이고 한국에 대한 안보제공을 중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략> 미국의 핵우산이 없어질 경우 한국은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핵무기가 가지는 엄청난 억지력을 생각할 경우 핵무장하려는 강력한 유혹이 있으리나는 점을 확실합니다." 그의 의견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될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
북한은 2022년 9월에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했으며, 2023년 첫날,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확대를 중심으로 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국방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라는 전제하에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이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미는 정상회담을 갖고 4월 26일에 확장억제 강화를 골자로 한 워싱턴선언을 발표했다. 핵확산방지조약(NPT) 질서유지를 중요시하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의 신뢰성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는 1기 집권시에 보여주었던 트럼프의 행태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트럼프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보다는 현 상황에서 핵동결을 추구할 할 수 있다는 의심이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우리는 완벽할 수 없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기댄채 북핵의 위협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한다. 둘째는 전통적인 탈연계(decoupling) 이슈이다. 한반도에서 핵 긴장이 고도화되었을 때,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가 자국이 피폭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핵우산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해 후반기에 실시한 자체 핵무장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는 지난 해 8~9월, 각각 전문가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일반 국민의 41.2%만이 미국의 확장억제가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71.4%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년도의 58.5%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수치이다. 반면, 전문가집단은 확장억제의 충분성에 대해서는 61.7%가,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19.6%만이 지지하고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전문가의 지지가 일반 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데는 현실적인 고려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지배적인 요소는 우리가 핵무장을 했을 때 예상되는 한미동맹의 훼손과 국제사회의 제재이다.
우리사회 일각에 우리의 핵무장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능력을 확대하게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협정의 가능성을 사라지게 한다거나, 일본과 대만 등의 핵무장을 자극하여 국제적인 핵확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이러한 사고는 북핵 능력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지부조화적 현상이다. 논의할 사안이 못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체 핵무장과 관련하여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도 기정사실화하여 두려워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북핵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더 큰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생존의 길을 찾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자는 얘기다.
마침 이번 달 Foreign Affairs This Week에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게재되었다. 예외적으로 부산대 로버트 켈리교수와 경희대 김민형교수가 쓴 글이 미국의 저명한 저널에 게재된 것이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한국의 핵무장이 NPT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순전히 추측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부 전례(前例)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핵무장은 한반도에서의 북핵 억제와 대응에 있어 미국의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북핵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한국의 핵무장은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이며, 실체적인 제재를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도 최근의 여러 상황을 근거로 한국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두 교수의 주장은 적어도 대한민국의 활로(活路)를 찾는 데 있어 넛지(nudge)의 역할을 할 아이디어들이다. 전략적 선택에 있어 다양한 영향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려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이 북핵위협을 완전하게 억제할 수 없다면 궁극적인 전략적 선택지는 자체 핵무장이어야 한다. 큰 목표가 정해지면 방법과 과정은 상황을 고려하여 진행하면 될 일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적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보다 더 주도적이고 진취적이며 주도면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