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균점주의 전략은 현재의 후생극대화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생극대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기회균점주의 전략은 개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고 개인이 처한 조건을 바꾸어 줌으로써 시장주의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단기적 최적화는 물론이고, 장기적 최적화까지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하겠다.
작성일 : 2025.01.05 08:21 수정일 : 2025.01.05 08:37 작성자 : 정치에디터 박세미
‘기회균점주의’는 ‘기회균등원칙’과 어떻게 다른가? 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자.
우리는 ‘기회균등’이란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기회균점’이란 용어는 생소할 것이다. 그래서 그 접근방법의 차이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 가정을 예로 들어보자. 왕 여사는 일찍이 남편을 여위고,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있다. 그래서 두 딸은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두 딸은 <표1>과 같이 점심으로 먹을 감자와 교통비를 들여서 일터에 나가 돈을 벌어온다고 가정하자.
왕 여사의 가족은 여름 동안 농사를 지어 수확한 감자 520개와 그 동안 저축하여 모은 돈 44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두 딸이 벌어들일 수입의 합계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방법을 찾아보자.
<표1> 두 딸의 돈벌이 능력, 감자 및 교통비 소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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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1회당 |
장녀 |
차녀 |
감자/교통비 보유 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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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능력 |
1일 5만 원 |
1일 4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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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소비량 |
4개 |
2개 |
52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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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사용 |
0.2만 원 |
1.1만 원 |
44만원 |
먼저, 왕 여사가 위의 제약조건 하에서 그 집안의 수입을 최대화하는 데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두 딸이 일을 나갈 수 있는 횟수를 정하기 위해서는 ① 한 번 일을 나가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있어 차이가 나고, ② 도시락으로 먹는 감자의 양이 서로 다르고, ③ 차녀는 장녀보다 교통비가 많이 드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조건하에서 왕 여사는 아래 <표2>와 같이 두 자녀가 일터에 나갈 횟수를 미지수로 놓고, 그 값을 찾아야 할 것이다.
<표2> 두 딸의 일 나갈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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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일 |
장녀 |
차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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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나갈 횟수 |
X1 |
X2 |
두 딸이 벌어올 수 있는 수입의 합계를 X0라 하면, 왕 여사 집안의 수입 최대화의 목적함수는 아래와 같이 만들 수 있다.
X0 = 5X1 + 4X2의 최대화(Maximize) (1)
한편 감자와 교통비의 가용(可用) 한도에 의한 제약 조건은 다음과 같다.
4X1 + 2X2 ≤ 520 (2)
0.2X1 + 1.1X2 ≤ 44 (3)
두 제약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답을 찾기 위해 (2)식과 (3)식을 연립방정식으로 만들어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X1 = 121 (4)
X2 = 18 (5)
이는 왕 여사 집안의 장녀는 121번, 차녀는 18번 일을 나가면 수입의 합계가 최대화된다는 뜻이다. 이 답의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위의 값을 (2)식과 (3)식에 대입해보자.
감자의 소비량 : (121×4) + (18×2) ≤ 520개
교통비 소비량 : (121×0.2) + (18×1.1) ≤ 44만원
따라서 (4)와 (5)식은 실행 가능한 대안임을 알 수 있다. (4)와 (5) 식의 답에 따라 두 형제에게 배분할 감자와 교통비의 양은<표3>과 같이 도출된다.
<표3> 두 딸의 수입, 감자와 교통비 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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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각자의 |
장녀 |
차녀 |
두 딸의 수입과 감자/교통비 합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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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
5×121=605만 원 |
4×18=72만 원 |
605+72= 677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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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배분 |
4×121=484개 |
2×18=36개 |
484+36=52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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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배분 |
0.2×121=24.2만원 |
1.1×18=19.8만원 |
24.2+19.8=44만원 |
그렇지만, 위와 같은 수입 최대화 전략은 기회균등 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장녀와 차녀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121회와 18회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두 딸이 일터에 나갈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기회균점의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회를 균등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통비를 각자에게 22만원(44만원÷2)씩 배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장녀는 110회(22만원÷0.2) 일터에 나가서 550만원(110회×5만원)을 벌어오게 되고, 차녀는 20회(22만원÷1.1) 일을 나가서 80만원(20회×4만원)을 벌어오게 될 것이다. 이 둘을 합치면 630만원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에 의한 수입은 앞의 수입 최대화 접근법보다 47만원이 적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는 감자를 기준으로 기회균등을 실현해 보자. 감자 520개를 균등하게 260개씩 나누어주면, 장녀는 65회(260÷4) 일하게 되고 차녀는 130회(260÷2) 일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의 수입은 장녀가 325만원, 차녀가 520만원으로 845만원이 된다. 이때 교통비는 장녀는 13만원, 차녀는 143만원으로 총 156만원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가용비용 44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이 되어, 부족분 112만원은 대출받아 충당한 후에 수입 845만원에서 이를 상환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입은 733만원이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기회균등은 현재의 여건이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것에 맞추어 기회를 부여하는 소극적인 방식이다. 이런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 상태의 불균등 요소들을 조정·지원해서 가능하다면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지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기회균점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기회균점 방식을 설명해 보겠다. 기회균점의 접근방식은 장녀의 일당 5만원과 차녀의 일당 4만원이라는 능력의 차이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 이유는, 능력이 조정·지원을 통해서 쉽게 개선되지 않고, 능력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감자나 교통비는 그 부족분을 조정·지원하여 보전(補塡)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감자의 하루 소비량에 있어서 차녀보다 장녀가 많은 데 이 경우에는 정부가 장녀의 소비를 보전해주고, 교통비에 있어서는 정부가 차녀의 비용을 보전해서 균등하게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순전히 능력만을 기준으로 할 때, 이런 기준을 적용해서 장녀와 차녀의 일 할 기회를 설정해 보자. 그 비율은 장녀 : 차녀 = 5 : 4 이다. 이 비율에 맞추어 아래 <표4>와 같이 한정된 감자와 교통비 등 자원을 분배할 수 있다.
만약에 교통비를 기준으로 할 때 장녀의 경우 최대 122일을 출근할 수 있고, 감자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차녀는 최대 115일을 출근할 수 있다. 이중에서 최대치인 122일을 선택하거나 115일을 선택해서 부족분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기회균점 정책을 실시하면 된다.
<표4> 1일 수입비율에 따른 감자와 교통비 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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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각자의 |
장녀 |
차녀 |
감자/교통비 총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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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
1일 5만 원 |
1일 4만 원 |
5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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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배분 |
520×5/9=289개 배정 289÷4=72일 출근 가능 |
520×4/9=231개 배정 231÷2=115일 출근 가능 |
289+231=52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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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배분 |
44×5/9=24.4만원 배정 24.4÷0.2=122일 출근 가능 |
44×4/9=19.6만원 배정 19.6÷1.1=17일 출근 가능 |
24.2+19.8=44만원 |
여기서 기회균점 방식에 따라 122일을 기준으로 부족분을 보전하는 조건으로, 두 딸이 벌어드릴 수 있는 수입을 계산해 보자.
아래 <표5>와 같이 왕 여사집의 총 수입액은 1098만원이 된다. 이 수입액에서 교통비 보전액 114.6만원을 제하면 983.4만원이 되고, 물론 감자 소비 보전액(212개×감자 가격)도 감액하면 그 수입액은 줄어들 것이다. 만약에 감자가격이 폭등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정부보조금을 상환하더라도 ‘기회균점 방식’을 적용한 수입액은, ‘기회균등 방식’과 ‘수입최대화 방식’보다 훨씬 많은 금액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기회균점의 강점이고, 기회균등과의 차이점이 될 것이다.
<표5> 기회균점방식 경우의 수입, 감자와 교통비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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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각자의 |
장녀 |
차녀 |
수입액 감자/교통비 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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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
1일 5만 원 |
1일 4만 원 |
(5×122)+(4×122) =1098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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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배분 |
(122일 출근 경우) 122×4=488개 소비 부족분 212개 보전 필요 |
(122일 출근 경우) 122×2=244개 소비 *보전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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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244=276개 488-276=212개 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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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배분 |
(122일 출근 경우) 122×0.2=24.4만원 지출 *보전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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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일 출근 경우) 122×1.1=134.2만원 지출 부족분 114.6만원 보전 필요 |
44-24.4=19.6만원 134.2-19.6=114.6 만원 부족 |
여기서 혹자는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상환하는 방식을 처음 설명하였던 최대화 전략에도 적용하면,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 감자는 총 732개(520+212), 교통비는 158.6만원(44+114.6)이 된다. 결과적으로 기회균점전략과 동일하게 각자 122일 출근하게 된다. 따라서 기회균점전략은 개인의 효용극대화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감자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기회균점전략이 사회적 후생을 오히려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감자의 시장가격은 이 사례에서 추정할 수 없으나, 적어도 장녀와 차녀의 감자에 대한 최대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를 추정해서 계산해볼 수 있다. 만약 감자의 공급비용이 충분히 낮고 노동과 휴식사이에 선호가 없다면, 장녀와 차녀는 일당에서 각자 교통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 일할 수 있는 만큼의 감자를 살 의향이 있을 것이다. 장녀의 경우, 하루 5만원에서 교통비 0.2만원을 차감하면 4.8만원이 되므로 감자 4개에 대해 최대 4.8만원까지 지불할 의자가 있는 것이므로, 1개당 1.2만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차녀는 1.45만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
감자의 가격이 1.45만원이라면, 기회균점주의전략에서 정부가 지불하는 총 보조금은 이자가 0일 경우, 422(1.45×212+114.6)만원이다. 가계에서는 1098만원에서 422만원을 제외한 676만원이 수입이 된다. 이 수입은 최대화전략에 비해 1만원이 적다. 감자의 가격이 1.2만원이라면, 369(1.2×212+114.6)만원이 보조금이다. 1098만원에서 369만원을 제외한 729만원이 수입이며 이 경우에는 최대화 전략에 비해 52만원이 많다. 다시 말해, 기회균점주의전략은 보조금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받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회균점주의의 주된 정책목표는 현재시점의 후생극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시점의 후생극대화 측면에서는 최대화 전략과 큰 차이가 없다. 기회균점주의전략의 주된 정책목표는 제약조건을 완화시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후생극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비교우위를 통한 후생극대화와 기회균점주의 전략을 비교해보자.
많은 경제학 책에서 언급되는 비교우위 사례로 골프와 잔디 깎기가 있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선수다. 잔디도 세계에서 제일 잘 깎는다고 하자. 하지만, 자기 집의 잔디를 직접 깎기보다 중학생인 미셀위에게 맡기고 골프시합을 나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다. 중학생인 미셀위는 잔디 깎기보다 골프를 조금 더 잘하지만, 타이거 우즈 대신 잔디를 깎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이익이다. 다시 말해, 타이거 우즈는 골프를 하고 미셀위는 잔디를 깍는 것이 사회전체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타이거 우즈가 미셀위에게 충분히 보상을 해준다면, 이러한 선택은 타이거 우즈 뿐만 아니라 미셀위에게도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교우위 전략은 미셀위의 발전가능성을 막을 우려가 있다. 미셀위는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골프를 연습하지 못하고 잔디 깎기만 해서 골프로 성공할 가능성을 놓치게 될 수 있다. 물론, 잔디 깎기로 번 돈으로 골프연습장에 등록하고 좋은 코치를 만나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미셀위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라면, 수입으로 골프선수가 될 기회를 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미셀위에게도 안타까운 결과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도 미래의 후생을 키우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유는 국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많은 개도국들이 선진국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회균점주의 전략은 현재의 후생극대화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생극대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기회균점주의 전략은 개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고 개인이 처한 조건을 바꾸어 줌으로써 시장주의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단기적 최적화는 물론이고, 장기적 최적화까지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하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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