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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3일(미국 현지시간),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워싱턴DC의 국무부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향후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했다. ⓒ 연합뉴스 |
최근 한국의 계엄사태 이후 미국의 국제문제 및 한반도 전문가들에 의해 한미관계나 동맹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2월 3일, 계엄사태 직후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비판이나 우려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한국 정치제제의 장기적 불안정과 한미동맹의 균열에 관한 우려와 경고성 발언 등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직 정·관계 인사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계엄사태의 마무리 단계에서 한국에 현재와는 다른 성향의 리더십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제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계엄사태 이후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 몇 가지 논의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해 온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2월 4일(이하 현지시간)의 한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결정은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며 "매우 문제가 있고(deeply problematic) 위법적(illegitimate)"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언론 간담회에서 "정권 인수팀이 중국 견제를 위한 AUCUS(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협의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현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과도적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한미 고위급의 대면 접촉도 재개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CSIS의 빅터 차 Korea Chair는 12일, 온라인 대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외교·안보적 위상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돼 왔는데 지도자가 없다면 한국의 위상은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러한 가능성이 역내를 경제·안보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전반적으로 한국이나 동맹 관계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대담에서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야당이 새로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VOA)가 21일 진행한 대담에서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안보 부차관은 "미국은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와 이재명이 미군 감축, 동맹 약화, 북한 및 중국과의 타협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합쳐지면 동맹의 미래에 매우 나쁜 징조가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같은 대담에서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친구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점은, 만약 한국이 미국에 떠나라고 하면 우리는 떠나고, 우리가 군대를 철수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도박을 해서는 안된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미국에 마음을 돌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비당파적 조직으로 미국 의회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의회조사국(CRS)은 23일 “한국의 정치적 위기: 계엄과 탄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CRS는 이 보고서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국회 계엄 해제안 가결,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등의 과정을 나열한 후, 이같은 정치적 혼란이 가져올 다방면의 영향을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책들의 변화를 추구할 경우 탄핵에 따른 한국의 대행 체제가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정책들의 사례로 관세, 주한미군 규모, 반도체 및 기술 분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거론했다.
이와 같은 미국 내 전문가들의 우려와 경고들을 관철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의 대전략에 있어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외교·안보정책의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때 전략적 중심이 인도-태평양으로 전환(Pivot to Asia)된 후, 미국은 QUAD(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가하는 4자 안보 대화), AUCUS 등을 중심으로 중국몽의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일간 관계개선를 중심으로 한 한미일 협력체제 강화에 많은 공을 들여 왔다. 그런데, 한국의 급작스런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에게는 한국에 진보성향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정부 할 것 없이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간 갈등구조가 형성되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는 그 정도가 심하여 한미동맹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기도 했었다. 아마도 이러한 학습효과가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한 미국내 논의의 맥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의 방향성이 정권에 따라 현저하게 달라지는 경향 때문에 나타난다. 한국 전략문화의 속성이기도 하다.
미국에게 있어 현재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중국 봉쇄를 위한 전진기지의 역할에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도 여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한국이 이러한 역할을 스스로 거부한다면 전략적 가치 또한 달라지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대전략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한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안보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계엄사태가 외교·안보적으로 갖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국이 동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동맹이론에 있어 다소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많은 우려와 경고성 발언들이 나오는 배경에는 한국의 커다란 전략적 가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의 가치를 포기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위해 적극 활용할 때다. 아직 역할의 전환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