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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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입지를 강화할 새로운 방산 이슈

한화의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계기로 동맹 이슈를 확대하자!

작성일 : 2024.12.21 02:31 수정일 : 2024.12.21 03:12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지난 2월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장관이 관계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최종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인수 완료는 지난 6월 20일 모회사인 노르웨이 아커(Aker)와 본계약 체결 이후 6개월 만이다. 향후 필리 조선소는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사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필리 조선소는 이를 해결할 최적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북미 시장 내 해양방산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매출 다각화와 글로벌 영향력을 동시에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인 11월 7일, 윤석열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올 2월 말,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한국 조선업체의 함정 건조 역량을 살펴봤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한국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을 둘러봤고 한화오션에서는 건조 중인 잠수함 장보고-III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있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게, 현재 미국 해군의 취약성은 상당한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101개국의 해군을 구체적으로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는 글로벌 기관인 WDMMW(World Register of Modern Warships)가 발표한 Global Naval Powers Ranking 2025를 보면, 현재 미국과 중국의 해군력이 각각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지수(TvR, TrueValueRating)에서는 미국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으나, 총 보유함정에서는 미국이 243척, 중국이 422척으로 나타나 있다. 이미 중국 해군이 양적인 우위를 내세워 미 해군의 역량을 추월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머지 않아, 양국의 양적인 차이는 더 심해져, 중국 해군의 양적우위가 질적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의회에 제출한 장기 해군함정 건조 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the Annual Long-Range Plan for Construction of Naval Vessels for Fiscal Year 2025)를 보면, 미 해군은 2025년부터 향후 5년간 64척의 각종 함정을 퇴역시키고 59척의 함정을 새롭게 건조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양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함정을 퇴역시키려는 데는 함상근무를 위한 병력 확보의 제한, 함정의 노후에 따른 전투효율성의 저하와 운영유지비용의 증가, 무인체계로의 전환 등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선박 건조 및 수리능력에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거대한 상선 운영능력을 기초로 해군 능력을 뒷받침 해 왔다. 거대한 선단을 유지하기 위해 미 정부는 오랫동안 상선회사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왔었다. 하지만, 레이건대통령 때부터 이러한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미국의 선박 건조량이 대폭 감소하였고 조선소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이 미국의 선박 건조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는 견해가 많다.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항구를 오가며 물건을 선적하는 배는 반드시 미국제 주요 부품을 사용해 미국에서 조립된 것이어야 하며, 미국인이 배 소유권의 75%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장치 아래서 미국의 조선업계는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자국의 해운 산업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부메랑이 된 셈이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0.13% 정도이다. 중국이 약 50%, 한국이 약 35%수준임을 고려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선박건조 능력이 바로 해군 함정 건조와 수리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이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시설은 7개 정도이고 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은 4개 정도이나, 이 또한 그 역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사실상 함정의 건조시스템이 붕괴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최근에 건조되었던 항공모함과 줌 월트급 구축함 등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선박의 정비가 밀려 작전에 투입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커다란 취약성이 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나 해군장관이 직접 해군 함정의 건조와 수리를 챙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 한화그룹이 미국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전략적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미 해군의 입장에서는 미국 내에서 함정을 건조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인도-태평양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함정의 수리를 위한 현지 시설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 최적지가 한국과 일본이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지속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겠지만, 우리의 역할을 공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한미동맹과 여러 현안에 있어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동맹을 견고히 할 수 있는 핵심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소 고전하고 있는 우리의 조선업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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