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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해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지난 11월 5일(이하 현지시간)에 실시된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지 벌써 한달이 넘게 지났다. 트럼프는 이번 달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 당선 후 첫 해외순방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벌써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자국의 대미정책 틀을 조정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1기의 경험과 이번 대선공약 등을 고려한 발빠른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의 정책기조를 예상함에 있어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그 불확실성의 기저에는 미국이 전통적인 글로벌리즘에서 벗어나 '미국 우선(MAGA)'의 외교 정책으로 복귀하려는 트럼프의 변덕스러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 변덕스러움은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 방식'에 기인하고 있는 듯 하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정책 성향이 각국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트럼프로부터 신뢰를 얻는 노력보다는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트럼프의 재집권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사안별 협상의 여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관련하여 미 CSIS의 Korea Chair 의장인 빅터 차가 흥미로운 관점을 제기하였다. 그는 12월 11일,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의 프리즘(The Trump Prism on Allies)'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 방식'을 이해하면 그가 세계 각국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는 그 근거로 "상대방이 더 많은 일을 하고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는 트럼프식 발언이 넘쳐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트럼프의 정치적 수사들이다.
지난 9월 10일, 해리스와의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수년 동안 우리는 NATO의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우리는 무역과 NATO 모두에서 유럽 국가들에게 속아 넘어갔습니다. 만약 그들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7월 16일, 트럼프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대만 사람들을 아주 잘 알고, 그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의 약 100%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은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보험 회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빅터 차는 어떤 특정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을 예측할 수 없지만, 트럼프 1기 때의 정책적 성향과 이번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그의 동기를 추측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동기로 상대방이 대미무역에 있어 흑자를 보이고 있는지와 GDP의 3% 이상을 국방예산으로 투입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제시하고 있다. 하단의 그림은 이와 같은 동기를 기초로 NATO와 인도-태평양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트럼프의 프리즘에 있어 '안전 지대'와 '위험 지대'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 의하면, 트럼프는 안전지대(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가 없고, 국방에 GDP의 3% 이상을 지출)에 있는 동맹국 및 파트너에 대해서는 우호적일 것이나 위험 지대에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대적인 정책을 강요할 수 있다.
다분히 단선적인 분석이라고 비판받을 소지는 있으나, 거시적이고 경험적 측면에서 상당히 일리가 있는 분석의 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프리즘으로 한국을 보면 위험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상당히 비관적인 상황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하기 오래전부터 한국과 독일 등 부유한 동맹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에 강력히 반대했었고, 1기 행정부 때 방위비분담금 인상이나 주한미군의 감축을 언급했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의 인식과 정책이 우리의 안보현실을 도외시한 채 '거래적 접근 방식'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봉쇄라는 미국의 대전략에 있어 한국이 갖는 지정학적 가치가 상당부분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것이지만 그 신뢰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날이 한달 남짓 남았다. 우리가 트럼프 프리즘에서 위험 지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안전 지대에 있다고 인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 방법의 핵심은 국가이익과 안보를 지렛대로 하는 외교역량에 있다. 물론, 기업의 활동도 중요한 역량이다. 이번 정부 들어 그러한 역량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리더십이 들어섬에 따라 우리의 역량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하필 작금의 우리 현실은 그러한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여력도 없고, 미래가 밝아 보이지도 않는다. 국내정치의 이슈가 국가안보의 문제로 창발하게 되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