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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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을 어둠 속에서 끌어 내자!

계엄의 본질적 역할은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의 추구이다.

작성일 : 2024.12.05 09:50 수정일 : 2024.12.06 06:27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군인의 본질적 가치는 훈련을 통해 습득된 전투능력에 있다.  ⓒ NEWS1


  지난 12월 3일, 윤석열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정계를 중심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은 밤 늦은 시간에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본관으로 진입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뿌리 깊은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행히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의도와 배경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지속되겠지만,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는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데 있어 또하나의 숙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계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문제이다.

  이번 사태를 제외하고, 194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7번의 계엄상황이 있었다. 그 중 12회가 비상계엄이었고, 5회가 경비계엄이었다. 1948년 제주 4.3사건과 여수ㆍ순천의 10.19사건을 계기로 각 지역을 대상으로 2회의 비상계엄이 시행되었다. 6.25전쟁 중에는 4회의 비상계엄과 2회의 경비계엄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었다. 1960년대부터 1981년 초까지는 주로 4.19혁명, 5.16 군사정변, 민주화 항쟁, 10.26사건을 계기로 비상계엄 6회, 경비계엄 3회가 지역적 또는 전국적 범위에서 시행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1979년의 10.26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440일 동안 비상계엄이 시행된 사례가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계엄은 대부분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강했고, 이로 인해 국민의 인식 속에 계엄은 하나의 큰 트라우마로 자리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보는 국민의 뇌리 속에서 이러한 트라우마가 거의 본능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1979년의 마지막 비상계엄은 우리 사회 주류세대의 뇌리 속에 "계엄=쿠데타(coup d'État)"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계엄 자체를 언급하는 것 조차 금기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그러한 인식이 의도적으로 강화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계엄 프레임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최근 10년 간 우리 정치권에서 몇차례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헌법과 계엄법에 명시된 계엄의 정의와 목적은 현재 우리 국민의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헌법 제77조 1항에서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 2항에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법체계에 명시된 계엄, 특히 비상계엄은 군사상의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크게 보면 국가안보와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법을 포함한 법체계로 계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경험이 있겠지만, 적의 공격이 임박하게 되면 정부 차원에서는 충무사태를, 군사적 차원에서는 방어준비태세(DEFCON)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면서 대비한다. 이때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절차가 비상계엄이다. 비상 상황에 직면하여 정부의 기능을 유지하고, 군사적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매우 상식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제도이다. 계엄이 선포되면 군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여러 계층의 계엄기구를 운영하여 임무를 수행하며, 구체적인 절차는 지침과 예규 등에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서들의 맥락은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금지사항보다는 허용사항을 명시함으로써 계엄이 정부 기능이나 국민의 기본권을 불필요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

  군이 전시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계엄이라는 필수적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계획을 발전시키고 훈련도 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능력이다. 그런데 현실은 군에게 그러한 여건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경험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트라우마와 정치적 이해다툼으로 인한 군의 학습효과가 계획발전과 훈련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계획과 훈련이 부족하다 보니 이번 사태에서와 같이 계엄군이 투입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 불필요하게 나타남으로써 국민적 우려를 키운 측면이 강하다.

  정치인들에 의해 민주주의의 취약성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대한민국 국민의 성숙된 민주시민의식은 정치인들의 미숙함과 야망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이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비상계엄이든 경비계엄이든 이제 모든 것들을 투명하게 공론의 장에 올려 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든 군인이든 계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구축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항상 부정한 것들이 자라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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