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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4일, 가자 알아크사 병원 인근 난민촌에서 불에 타 숨진 샤반 알달루의 마지막 모습 ⓒ 연합뉴스 |
10월 한달 동안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걷잡을 수 없는 확전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9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다히예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 공습 이후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10월 1일에 텔아비브 일대의 목표물을 향해 18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대부분의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발표했으나 상당량이 지상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란의 보복공격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스라엘의 또다른 보복이 언제, 어디를 목표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쏠렸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이나 정유시설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란은 이스라엘이 그러한 공격을 감행하면 주변국의 정유시설을 공격할 것이라 응수했다. 10월 26일, 마침내 이스라엘은 전투기와 드론 등 100여대를 동원해 세 차례에 걸쳐 테헤란 이맘호메이니국제공항, 테헤란 외곽 군사기지와 탄도미사일 및 드론 생산공장 등을 파괴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이란의 핵시설과 석유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전략적으로 매우 절제되면서도 자신들의 능력과 의도를 이란에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이루어졌다. 이란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결국, 이스라엘이나 이란 모두 더 이상의 전면적 충돌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절묘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지난해 10월에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중동사태의 긴 터널은 이제 출구의 희미한 빛이 보이는 듯 하다.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민족적으로, 종교적으로 항상 포위되어 있다는 인식, 다시 말해 피포위의식이 강했다. 이러한 자기인식으로 인해 전략적으로는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작전적으로는 항상 전장을 영토밖으로 이끌어 가는 공세적 경향을 나타내게 되었다. 동서로 100km, 남북으로 300km에 불과한 영토의 크기는 그러한 경향을 더 강화시켰으며 헤즈볼라에 대한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마스의 무력화에 이어, 헤즈볼라만 레바논 남부에서 축출하고 나면 이스라엘의 일차적인 전략목표는 사실상 달성된 셈이다. 전면전을 통해 이란의 핵능력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거나,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권력구조 자체에 타격을 입히는 목표로 확대할 수는 있지만, 이는 현 상황의 연장선에 둘 수 없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도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이란에 대한 이번 공격의 표적과 방법을 결정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터널의 끝에 더 길고 어두운 또다른 터널의 입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헤즈볼라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10월 30일 방영된 사전 녹화 연설에서 “손해를 줄이려면 우리 땅에서 떠나라”며 “여기에 남아 있으면 평생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수일, 수주, 몇 달간 전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헤즈볼라의 힘이 급격하게 저하되었고, 이란의 지원도 예전만큼 전폭적이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겠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 심각한 미래의 불씨는 가자지구에 숨겨져 있다. 레바논 남부와는 달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최종상태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아마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다시 가자지구에 주둔하면서 대부분 철수했던 이스라엘 정착촌을 다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추방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이스라엘 건국시기부터 계속 이어져 온 어정쩡한 동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며, 이는 갈등의 불씨를 오랫동안 간수할 수 있는 화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얼마 전에 가자지구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지난 10월 14일, 대학생이었던 샤반 알달루(19)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일어난 불에 타 숨졌다. 그가 몸에 불이 붙은 채로 팔을 흔드는 모습이 영상으로 남겨져 전 세계로 확산했다. 어쩌면, 이 영상이 새로운 분노가 잉태되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기를 단언할 수 없지만, 어느 순간 이 분노의 불씨는 커다란 불꽃으로 되살아 날 것이다. 이스라엘이 어둡고 긴 또다른 터널 앞에 다시 서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피해가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터널을 피해갈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