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글로벌 이슈

되돌아보는 ‘2024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의 의의와 과제(上)

사계전문가의 국방ㆍ안보현안 진단 ②

작성일 : 2024.10.23 09:06 수정일 : 2024.10.23 09:52 작성자 : 윤지원(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보훈부 정책자문위원)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라파엘 로띨리야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이 10월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홈페이지]


한-필리핀,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와 과제


  지난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3개국(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순방은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성사됐다. 첫 방문 국가는 필리핀 국빈방문이었다. 한-필리핀 양국 간 수교 75주년을 맞아 외교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관광협력 강화 등 획기적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 필리핀은 75년 전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우리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견했던 국가다.

  한-필리핀 양국 관계 발전의 중심축인 경제 분야에서는 무역과 투자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 지원 등 적극적 세일즈 외교를 통해서 상당한 성과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를 조속히 발효시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로 합의하고, 필리핀이 추진 중인 대형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사업 수주에 지원하기로 했다. 잘 알려진 대로 필리핀은 광물자원(2023년 기준 니켈 세계 2위, 코발트 세계 6위)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 핵심 광물을 한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밖에 필리핀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태를 계기로 중단했던 원전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는데, 향후 한국 원전을 필리핀에 수출하는 기회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필리핀과는 안보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했다. 양국은 필리핀이 실시하는 연안 훈련에 한국군의 참여 등 해양안보 협력 확대와 K-방산 수출 확대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해양협력 분야의 MOU 체결을 기반으로 “역내 안보 현안 대응과 규칙에 기반 한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필리핀이 추진 중인 3단계 군 현대화 및 대형 국책사업에 한국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의 활용을 통해 참여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필리핀 군 현대화 2단계까지 FA-50, 호위함, 미사일 등 K-방산 수출을 촉진하고, 3단계 사업에서는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우리 무기체계 구매 가능성에 대해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필리핀 양국 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 “역내 안보 현안 대응과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는 표현이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포함한 주변국 및 미국 등 국제사회와 마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자칫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 제3국인 한국이 필리핀과 협력하면서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확대 해석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향후 우리 정부는 중국의 반응에 대한 관찰과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했다. 싱가포르와는 1975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꾸준하게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 왔다. 2025년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주요 분야에서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지를 담아 양국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수교 이후 교역은 400배, 투자는 4,000배 증가하는 등 싱가포르는 한국의 중요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현재 약 3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 무엇보다도 양국은 급증하는 국제경제의 불안정성에 대응하여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물자 공급망 교란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한국과 글로벌 LNG 교역 허브국가인 싱가포르가 ‘LNG 수급협력 MOU’를 체결하여 에너지의 안정적인 국제 공급망 구축 등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이번 LNG 수급협력 MOU는 한국 선적 유조선 등이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간접적 보장책이 될 것이다.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은 유럽과 중동을 있는 주요 해상교통로로 총길이 350km에 이르는 좁고(최소 폭 2.4km) 긴 수로이다. 중동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87%, 전 세계 원유 수송량 절반이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해협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와 인적 및 물적 교류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양국 간 상호 방문객 수가 약 90만 명을 상회하는 등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서 1972년 발효된 ‘항공협정’을 2025년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우수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협력에 공감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협력 사업 모색을 적극 추진하고 했다. 특히 이번에 양국 간 체결한 ‘범죄인인도조약’을 통해 해외 도피 범죄인에 대한 신속한 수사 공조와 체포, 인도가 가능해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등록된 데이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