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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배포한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에서 관련 증거로 러시아 함정의 동향을 담은 위성사진 3장을 제시했다. ⓒ 국가정보원 |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을 결정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체결한 조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간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내용 중 이번 파병의 배경으로 유추할 수 있는 조항은 제4조로써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이해 당사자들의 셈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연구위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조약의 실체를 푸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약으로 분석했다. 그 근거로 러시아 연방헌법과 유엔헌장 제51조를 들고 있다. 북한은 무력 공격을 받으면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해 북-러 조약과 이에 명시된 유엔헌장 제51조를 근거로 러시아에 군사적 원조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헌법 제102조에서는 '러시아연방 영토 밖에서 러시아연방 군사력을 사용하는 문제의 결정'은 의회가 관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승인하더라도 의회의 승인 없이는 북한에 파병이 제한된다. 한편, 유엔헌장 제51조는 집단 자위권 행사를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도 동시에 보장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의 힘을 빌어 얼마든지 파병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기간에 김정은과 조약을 체결하여 북한의 탄약과 무기, 병력의 지원은 받고는 있으나 정작 북한이 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뒷문을 열어 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푸틴은 현재 러시아의 권력구조로 보았을 때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면 언제든지 북한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 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북한과 관련한 러시아의 전통적인 전략적 이익은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위한 거점 확보이다. 이를 위해, 북한을 러시아 편에 묶어 두는 한편, 중국과 북한의 밀착을 견제하여 중국이 간접적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북-러 조약이 이러한 전략구상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장단기적으로 모두 전략적 포석을 깔아 둔 셈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연합뉴스 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파병의 배경을 경제적 측면, 군사적 측면, 외교적 측면으로 분석했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현재 중국과의 관계가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외교적 대체재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이번 파병을 통해 북한이 전쟁상황에 처했을 때 러시아의 참전을 담보하 할 수 있는 하나의 보험을 들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보험을 확실히 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의 희생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도 새롭게 체결한 북-러 조약과 이번 파병의 결정은 단기적인 이점도 있으나, 장기적인 차원에서도 전략적 포석을 깔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파병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이 타전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에 나섰고,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도 논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참전이 일부 NATO회원국의 참전을 유도하여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전략적 포석에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난 이후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우리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북-러 조약 이후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밝힌 전략적 메시지를 보면 러시아도 앞으로의 대(對) 한국 관계를 충분히 중요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고민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이다. 안보차원의 외교적 고민이 계절과 함께 점점 깊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