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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상징하는 김정은-푸틴의 사진. ⓒ Reuters |
국가정보원은 오늘(18일) 오후,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군의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모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평양 인근에 주둔하던 4개 특수부대가 함경남도 함흥과 흥남, 함경북도 청진에서 선박 편으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미 이번달 8일에서 13일 사이에 특수부대원 1,500여 명이 극동지역으로 분산 이동했고, 적응훈련을 마친 뒤 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영자지인 키이우 포스트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인근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북한군 장교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지 2주 만의 공식 발표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밀착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되었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9월 15일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군사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 6월 19일에는 푸틴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작년 8월 이후 북한은 컨테이너 1만 3천여 개 분량, 약 8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밀착관계에 비추어 전혀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지난 6월부터 파병설이 나오기는 했으나 이 정도 규모의 전투병력 파병은 상당히 의외의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북한이 왜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올해 6월에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조약에 따른 파병 결정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이 조약에 명시된 군사 및 기타 원조의 제공 조건은 "쌍방 중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된" 상황이다. 현재 우쿠라이나전쟁은 이러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푸틴이 이번 전쟁의 성격을 '특별군사작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지역을 점령한 상황을 이러한 조건의 성립으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여러가지로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정치체제가 이념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굳이 따지자면 전제주의적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 밖에 없다.
결국,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북한이 이번에 파병을 결정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 파병을 통해 북한에게는 블럭을 강화함으로써 집단방위체제를 형성하는 국제정치적 이익도 있으나, 실질적인 이익은 러시아로부터의 핵 및 ICBM 관련 기술이전과 경제적 지원일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전 파병을 결정하게 된 공식적인 배경은 미국측이 파병의 대가로 한국군의 전력증강과 경제발전에 소요되는 차관공여를 약속했으며, 자칫 주한미군을 베트남으로 전환했을 때 북한의 남침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파병결정 배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ㆍ탄약의 지원과 파병을 통해 러시아의 더 큰 경제적ㆍ기술적 지원을 끌어냄으로써 경제난의 숨통을 열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꾀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드론 등 최근의 전쟁양상을 직접 체험하고 실전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북한군의 전투수행능력을 상당부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 배경과 큰 차이가 있다면 전력공백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은 주한미군이라는 당시의 핵심역량에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파병을 결정했지만, 북한은 파병에 따른 전력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의 병력 규모에서 1만여 명은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나, 이미 많은 무기와 탄약을 지원했고 일반적으로 정예부대를 파병하는 관례로 봤을 때 질적으로는 상당한 전력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북한이 보여 온 정치ㆍ군사적 행태의 배경에 관한 퍼즐이 맞춰진다. 10월 17일자 본지(本紙)의 "2024년 북한 일지(日誌)"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북한이 보인 행태의 동기를 정권의 불안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내부 통제용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더하여, 파병으로 인한 전력공백을 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치ㆍ군사적 긴장상황을 조성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은 합리적이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군사적 긴장은 한번 고조되기 시작하면 최초 의도와는 다르게 더 심각한 상황으로 진전되는 자체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파병부대에서도 북한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벌써 며칠 전에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군 18명이 탈영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전쟁상황이지만, 북한 내부에서 점증하고 있는 정권의 불안요소가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진 파병부대에서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늘 열린 NSC 긴급회의에서 논의된 외교적 조치와 군사적 태세를 굳건히 한 가운데 북한군 파병부대의 동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