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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4월 북한 황해남도 모처에서 울타리 밑 흙길에 한 남자가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근처 가게 주인은 “전날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 만져봤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고 굶주려 쓰러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탈북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가져왔다. ⓒ TBC(일본) |
9월 30일자 경향신문에 "통일은 잊자"라는 컬럼이 실렸다. 반어법인가 하고 끝까지 읽어 봤더니 그렇지가 않다. 해당 컬럼니스트는 김정은이 이미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이며, 통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통일은 잊자고 한다. 그러면서 무조건 평화가 우선이며, 남북 간 평화가 진전되고 공고해지면 두 국가 관계인지 아닌지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한다. 지난 9월 19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9.19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주장했던 “두 개 국가론"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다. 이쯤에서 세 가지의 매우 합리적인 궁금점이 생긴다.
첫째, 그들이 받아들이자고 했던 "객관적 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객관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했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통일이 요원해졌다는 자신들의 인식을 객관적 현실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책과 유화책으로 구분하는 것은 상대방 진영에 대한 주관적 평가이지 객관적 현실이라 할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북 유화책이 북핵 고도화를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통일의 시계를 늦췄다는 평가도 많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객관적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선언 밖에 없었다. 결국, 김정은의 선언에 따라 통일을 하지 말자는 얘기인가?
둘째, 남북 간의 실체적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을 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간의 관계를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언적 관계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북한을 적대적 존재이면서 화해 협력을 통해 통일을 함께 이루어 나갈 동반자로 규정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남북관계를 불신과 반목의 대결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상태로 규정했다. 이처럼, 김정은의 선언이 있기 전에도 남북 간의 실체적 관계는 항상 적대적이었다. 결국 바뀐 건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선언 밖에 없는데 갑자기 통일을 하지 말자고 한 배경은 무엇인가?
셋째, 그들이 지금까지 외쳐 왔던 통일은 누구를 위한 통일이었는지 궁금하다. 실체적 존재로서 대한민국을 위한 통일이었는지, 역사적 공동체로서 한(韓)민족을 위한 통일이었는지를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실체를 규정한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북한주민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차마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얘기다. 대한민국도 아니고 한민족도 아니라면 진정 누구를 위한 통일이었는가?
이번 통일논쟁을 불러 일으킨 주체들이 이러한 세 가지 궁금점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정체성은 심각하게 의심 받을 것이다. 북한이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서해상 해상국경선을 새롭게 규정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왔다. 임 전 실장은 우리의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 자체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