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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영신고를 하고 있는 장정들. 2040년 경에는 20세가 되는 남성인구가 15.7만 명으로 올해보다 약 10만 명이 줄어든다. ⓒ 중앙일보 |
9월 28일자 조선일보에 "병력 절벽 극복 위한 50ㆍ60 저강도 군 근무, 시범 실시 해볼 만"이란 사설이 실렸다. 이는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지난 25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포럼에서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건강한 50, 60대가 군 경계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논평이다. 국방위원장은 27일에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50대, 60대는 퇴직을 했거나 건강한 분들이 많고, 나이가 들면 잠도 좀 없어진다”면서 “군에 갔다 오신 분들이 경계병을 비롯해 군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회에서 법안이 거의 마련됐다면서 세미나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도 밝혔다. 병역가용자원 감소로 적정 상비군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가 먼저 발벗고 나서는 상황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논의는 올 2월 초에 시작되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1월 31일 한겨레 기고를 통해 "여성 병역의무화 대신 젊은 중장년층 '시니어 아미(Senior Army)'를 만들자"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최 교수는 "현재 55~75세인 약 691만 명의 남성이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를 위해 다시 한번 총을 들 각오가 돼 있다"면서 "691만 명 가운데 1%만 자원한다면 약 7만 명의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현재 병사들이 받는 월급까지 지급한다면 20만~30만 명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시니어아미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https://seniormilitary.imweb.me/home)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의 병역인식 풍토에서 이러한 모임이 결성된 것만 해도 매우 신선한 일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출발이다.
국방위원장이 포럼이나 방송에서 밝힌 '5060 경계병'은 재입대와는 다른 개념이다. 전투임무와 관련된 분야는 현역 장병들이 감당하고, 경계분야와 같은 저강도 임무는 군복무 경험이 있는 시니어들을 계약직 군무원이나 민간의 아웃소싱 같은 형태로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국방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오고 있는 국방경영 효율화 차원의 민간자원 활용방안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9년 3월부터 민간자원 활용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국방부 및 각군의 민간자원 활용 추진계획 의무화 조항을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4년 현재는 이러한 조항이 삭제된 상태로, 정책적 추동력이 어느 정도 약해진 상황이라 이와 같은 논의는 더 의미 있어 보인다.
국방부를 제외한 정부부처는 이미 정부조직법 6조 3항과 대통령령 34159호에 의해 민간위탁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어민 안전재해보험업무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위탁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 보수교육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위탁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공기업설치법과 지방공기업법에 근거하여 다양한 공기업에 업무를 위탁관리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모두 326개로 공기업이 32개, 준정부기관이 54개, 기타 공공기관이 240개이다. 이중 국방부 소관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전직교육원, 전쟁기념사업회 등 3개 뿐이다.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인구감소로 인해 가장 심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국방분야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
현재 국회에서 마련하고 있는 법안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다루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지 '5060 경계병'을 운용하기 위한 특수경비업법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는 인구감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분야 민간자원 활용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상황에서 국회와 국방부차원의 논의는 전반적인 국방경영효율화를 위한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군이 직접 해야할 것과 할수 없거나 해서는 안되는 분야를 식별하여 후자에 해당하는 분야를 과감하게 민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는 군의 체질을 개선하는 문제이므로 범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국방위원장이 준비 중이라고 밝힌 법안도 이러한 차원의 노력이고 첫 출발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으나 일의 선후순위에 있어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군의 체질개선을 위한 큰 흐름이 시작되었으니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차원에서 군의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논의과정에서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라는 금언이 또다시 부각될 수 있다. 몇년 전 급식파동 때 군 급식을 위탁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대해 "전시에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민간업체가 급식을 담당할 수 있느냐? 전시에는 어떻게 하려 하느냐?"라는 묵직(?)한 반론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시 경계작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GP나 GOP를 제외한 후방지역에서도 접적지역과 같은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시를 상정하여 평시부터 군인은 경계작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만, 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갖추자는 주장이 더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군이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많은 것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경화(硬化)되면서 변화하는 시류에 뒤쳐지고 실전과는 동떨어진 관념론으로 변질되어 있지는 않은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수단이 목적을 지배하는 거대한 고목이 되어 매서운 눈보라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우리 군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자괴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