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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상비군 만들기(下)

【기획연재 ④】 상비군 30만 명대 시대 국방의 패러다임

작성일 : 2024.09.15 10:45 수정일 : 2024.09.29 10:1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육군의 2024년 미 NTC 훈련단 장병들이 4월 17일부터 5월 1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국립훈련센터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육군본부]


  2025년 정부 예산안의 총 지출규모는 677조 4천억원이다. 올해 예산 656조 6천억원보다 20조 8천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이중 국방비는 전체 예산안의 약 9.1% 수준인 61조 6천억원으로 올해 예산에 비해 2조 2천억원이 증액된 규모이다. 정부예산 12개 분야 중 보건ㆍ복지ㆍ고용, 일반ㆍ지방행정, 교육 분야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고 지정학적 안보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예산이다.

  국민생활 전반에 대한 정부 역할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방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방의 주체인 군은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승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전하는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더 간단하게 얘기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전쟁을 억제하고 승리를 담보하는 일이 군에 요구되는 절대적인 사명이다.

  군이 이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정신력, 우수한 전투능력, 첨단의 무기체계로 무장되어야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없는 필수적인 능력들이다. 아무리 의지가 뛰어나더라도 무기체계가 적에 비해 열세하고 전투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들을 가지고 있다 해도 훈련되지 않은 군은 역시 승리할 수 없다. 이 세가지 중에서 현재 우리 군이 갖출 수 있는 가장 쉬운 능력은 첨단 무기체계로 무장하는 것이다. 기술과 시간 측면에서 복잡한 과정은 있지만 예산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도 재래식무기는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국제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신뢰성이 인정된 자료는 아니지만 매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발표해 온 GFP(Global Fire Power)의 2024년 자료에는 한국 5위, 북한은 36위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순위는 주로 재래식 무기체계, 병력 수 등 물리적 요소를 기초로 평가한 결과일 뿐이다. 여전히 북한 정권은 핵능력과 비대칭능력을 동원하여 얼마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가장 가능성 있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핵 사용을 전제로 비대칭능력을 포함한 재래식전력으로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 또는 전부의 석권을 노리는 것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해 우리는 압도적인 능력으로 북한이 핵 사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북한은 전략적 딜레마와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우리는 한미의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가동한 가운데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우수한 군사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무기체계를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는 일은 다른 능력을 갖추는 일보다 오히려 쉬운 편이다. 지금 우리 군은 훈련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그 지배적인 요인은 훈련장의 부족이다. 특히, 군부대가 밀집한 전방지역은 훈련장을 둘러싼 민군 갈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년 동안 훈련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먼지 등에 시달려온 주민들의 고통은 반드시 헤아려야 하지만 이로 인해 훈련이 축소되거나 비정상화 된 것도 사실이다.

  군인이 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극도로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투행위는 다분히 조건반사적이어야 하며 이는 부단한 반복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단지 할 줄 아는 정도를 가지고 전투능력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없다. 모 정상급 프로골퍼는 하루에 퍼팅연습을 1,000회 이상 한다고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유도선수는 하루에도 엎어치기 연습을 수백 회씩 했다고 한다. 군인은 그들보다 더 훈련해야 생사의 갈림길에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육군이 시행하고 있는 훈련 중 가장 실전적 훈련이 과학화훈련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 인제에 과학화전투훈련장(KCTC)을 만들어 강도높은 실전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도에 KCTC훈련을 실시한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병력은 약 31,000명에 불과하다. 훈련소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군은 합성전장환경(STE) 기반의 LVCG(Live, Virtual, Constructive, Game) 훈련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날로 훈련장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군인은 실제 몸으로 뛰고 사격하는 훈련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대규모의 과학화훈련장을 더 만들 수 있으면 최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부대들이 주둔지 인근에서 과학화훈련을 할 수 있는 소규모 훈련체계를 대폭 확대해 주어야 한다. 특히, 실사격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처통합적 노력이 절실하다. 상비병력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전적 훈련을 통해 상비군을 정예화하는 노력은 국방혁신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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