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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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빅 픽처(Big Picture)

이스라엘은 야훼가 내려 준 땅의 완전한 회복을 추구한다.

작성일 : 2024.09.07 04:18 수정일 : 2024.09.07 07:52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4년 9월 5일, 서안지구 제닌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The Epoch Times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11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 동안 국제사회의 우려와 바난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완전한 축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감행해 왔다. 그러다 올 8월 말부터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테러 기반을 파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서안지구(West Bank)에서 대테러 작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8월 18일 텔아비브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인 세력이 툴카렘을 기반으로 활동한다고 판단해 서안지구의 북부인 툴카렘·제닌·알파라에서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제닌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75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용을 위해 건설한 난민촌으로 0.42㎢ 면적에 1만8,000명이 모여 사는 빈곤 지역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저항세력과 이스라엘간의 충돌이 크게 벌어졌던 곳이다.

  1993년부터 2년여에 걸쳐 미국의 중재로 진행된 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두 국가 해법(Two-Stae Solution)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 해법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 팔레스타인 난민의 자치지구 유입 문제, 예루살렘에 대한 영토주권의 문제 등으로 인해 동력을 상실한 채 양측 간의 갈등은 계속되어 왔다. 8월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북부에 대한 군사작전의 명분이 표면적으로는 텔아비브 테러에 대한 응징이지만,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이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전략문화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시오니즘의 구현으로 탄생한 이스라엘은 아랍국가에 포위되어 있다는 피포위 의식이 강하다. 이러한 의식은 지정학적 관점뿐 아니라 아랍세계에 비해 인구통계학적으로 심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는 사회적 관점으로부터 형성되었다. 이러한 의식은 종교적 정체성에 의해 강화되면서 팔레스타인과 주변국의 무슬림,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존재를 위협의 원천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정치, 군사적 사고는 이 거시적 위협을 대략 지리적인 일련의 동심원으로 세분한다. 위협의 첫 번째 원은 이스라엘의 국경 내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반유대주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포함된다. 두 번째 원은 인접 아랍국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인(난민)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그리고 이들 국가의 군대이다. 세 번째 위협은 이스라엘에 대한 원거리 공격이나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의 위협을 지원하는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등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피포위 의식은 위협에 대응하는 이원론적인 접근방법을 만들어 냈다. 자신들이 포위되었다는 인식은 전략적 차원에서는 방어적 관점의 사고를 강화시켰지만 작전적ㆍ전술적 수준에서는 적군이 자신의 영토를 침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성격을 띄게 하였다. 이러한 이원론적 특성은 제한적인 이스라엘의 전략적 종심으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되도록 적의 영토로 분쟁을 이전함으로써 신속한 군사적 해결을 도모하는 행동패턴을 보이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82년 9월에 있었던 사브라-샤틸라 학살(Sabra and Shatila massacre) 사건이다. 사브라는 학살이 일어난 베이루트의 동(洞) 이름이고 샤틸라는 그에 인접한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의미한다.이스라엘방위군(IDF)의 직접적인 지원 아래 레바논의 기독교 우익정당인 카타이브 민병대가 팔레스타인인 및 시아파 레바논 민간인을 최소 460명에서 최대 3,500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을 악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정치적 문제로 하마스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리는 있으나, 최근 이스라엘의 공세적 행동의 배경이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은 최소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뿌리를 제거함으로써 서안지구와 같은 비적대적 자치기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안에 이스라엘의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국경안에서 포위하든지, 자신들의 국경 밖으로 쫒아내려 할 것이다. 이럴 경우, 국경 밖에서 팔레스타인으로의 귀환을 위해 투쟁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이나 반유대주의 이슬람 세력의 공세도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야훼가 자신들에게 내려 준 땅을 온전히 회복하게 되고, 자신들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단일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략적 잇점이 생기는 것이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두 국가 해법에 합의하자 전 세계는 중동에 곧 평화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회담을 이끌어 낸 라빈 총리가 유대교 원리주의자에 의해 피살되고 강경파 네타냐후가 등장하면서 점차 사그라 들었다. 인위적 국경 구획의 한계가 또다시 노정된 셈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여 서안지구는 요르단, 가지자구는 이집트가 통치하는 Zero-State Solution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해법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이 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본질적으로 인위적 국경 구획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힘에 의한 풍화작용을 통해 자연스러운 국경을 형성해 나가고, 국제사회가 이를 관습적으로 인정할 때까지 지금과 같은 패턴의 전술적 행동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때가 되면 팔레스타인의 본격적인 디아스포라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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