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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곡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과학화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육군본부] |
지난 8월 25일, 중앙일보는 "軍병력 줄어드는데…올해 동원훈련 받은 女예비군은 6명"이란 제하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보도에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여, 현행법 규정대로라면 여군 비중이 늘 경우 전체 예비군 동원 자원이 줄어드는 딜레마가 생기므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여성의 예비군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관련 법이란 여성은 지원에 의해서만 현역 및 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는 병역법 조항을 말한다.
현재 전쟁이 진행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사상자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쟁 당사국이 기간 중에 전사상자를 정확하게 발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국의 피해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서방의 여러 보도를 근거로 전쟁발발 이후 전사자를 추정하면, 러시아는 20만 명에 육박하고 우크라이나는 10만 명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전상자는 이 숫자의 두배 이상이다. 전쟁발발시 우크라이나군의 규모가 약 20만 명이었으니, 산술적으로만 보면 모든 병력이 동원된 예비군으로 대체된 셈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와 같이 병력동원 능력은 국가 전쟁 지속능력의 중요한 요소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원의 제약과 효율적 활용의 문제로 인해 충분한 상비군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쟁이 임박하면 국가동원을 통해 총체적인 군사력을 확장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전쟁을 수행한다. 이처럼, 전시에 동원하는 예비전력은 상비전력과 등가(等價)의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앙일보의 보도자체는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이슈를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의 예비전력 실태를 고려하면 이러한 이슈는 너무 지엽적이다. 우리의 예비전력은 아직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쓸만한 수준이 아니다. 공개된 지면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들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다음과 같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군의 예비전력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국방예산에서 예비전력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0.5%였다. 이 예산의 70%가 예비군 인건비였다. 나머지 30% 예산으로 예비전력 정예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정부예산안 중 국방비 규모는 6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 20조 원이 방위력개선비이다.
외형만으로 봤을 때, 우리의 예비전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준이 아니다. 동원예비군 규모만 100만 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동원사단을 포함하여 수 십개의 부대들이 개전 전부터 단계적으로 전방에 투입된다. 그것도 모두 전역한 지 4년 이내의 정예 예비군으로 편성된 부대들이다. 개전초 이러한 우리의 군사적 확장능력은 전쟁의 억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신속하게 동원된 예비전력이 전쟁의 조기 종결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장기판에서 움직이는 말은 이름이 붙여지면 정해진 역할을 하지만,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의 기저에는 상비전력과 예비전력 간의 큰 수준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혹자는 낮은 수준의 예산투자가 지금의 예비전력 수준을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선후순서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전후 본격적인 징병제가 시작되고 60만 대군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예비군으로 편입되는 자원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규모가 현재 270만 명이며, 그 중 절반인 약 130만 명이 동원예비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비군만 잘 유지해도 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예비전력은 어디까지나 혹시 몰라 가지고 있는 보조전력의 역할로 인식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예비전력 건설의 패러다임이 부지불식 간에 작전소요 충족이 아닌 가용자원의 처리로 옮겨 간 것이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터무니 없는 예산이 집행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비록 이러한 인식의 과정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현재 상황은 이렇게 이해하는 게 더 적절하다.
이렇게 현실을 정리하고 나면, 상비군 30만 명 시대에 우리 국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고 복잡한 과정이 되겠지만, 우선 큰 틀에서 총체전력을 규정한 후 예비전력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 역할은 어디까지나 상비전력과 등가의 개념이어야 한다. 이후, 정의된 역할과 임무에 맞는 부대구조와 편성, 훈련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가용 재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만들어 내고, 여론과 함께 부분적인 수정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체계적인 접근이 있어야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예비전력을 재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몇 명의 여성 예비군만 동원훈련을 했다는 이슈는 지엽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