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을 지켜나가는 길은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공정한 시스템에 있다. 양궁엔 피나는 경쟁만이 있을 뿐 파벌은 없다. 실력 외엔 그 어떤 요인도 작용하지 않는 협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작성일 : 2024.08.13 07:43 수정일 : 2024.08.13 09:54 작성자 : 정치에디터 박세미
선진국 한국이 가야할 길을 향해서 양궁이 화살을 쏘아 올렸네!
2024 파리 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우리 양궁선수들이 활로 쏘아 올린 화살은 한국의 국가운영 공직자, 기업경영 CEO들이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도 ‘능력(can)의 긍정성’으로 자신감을 갖고 기회의 그물망을 실력(씨줄)과 준비(날줄)로 엮어 나가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선수들이 보인 그 자세와 태도는 본받을 만 했고, 일부 꼰대성 기성세대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우리가 정립해야 할 바람직한 기회균점 공식은 멀리에 있지 않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여 남녀 개인 및 단체전의 메달을 모두 석권한 한국의 양궁에서 그 길을 찾으면 된다.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여 올림픽에 출전시킨 대한양궁협회의 노력과 운영방식을 살펴보자. 먼저 선발과정이다.
200명이 6개월간 대표 선발 경쟁을 벌였다. 바닷가에서, 빗속에서, 바람이 부는 강가에서 경기를 진행하여 선수 1인당 2500발을 쏘았다. 성적이 제일 좋은 선수를 선발했다. 학연·지연·추천·봐주기 등 어떤 외부 변수도 개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직 실력뿐’.... 공정한 평가로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어떤 스포츠 종목에선 선수의 이름값을 고려해 협회가 대표 선수를 추천하기도 한다. 학연, 지연 등 파벌이 개입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양궁에서는 실력 있는 선수만이 개천의 용으로 성장하고, 세계 1위도 평가에서 성적이 나쁘면 예외 없이 탈락시킨다. 그 결과 한국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양궁의 절대 강자가 되었고, 파리 올림픽에서도 남녀 및 단체 전 종목을 석권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을 지켜나가는 길은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공정한 시스템에 있다. 양궁엔 피나는 경쟁만이 있을 뿐 파벌은 없다. 실력 외엔 그 어떤 요인도 작용하지 않는 협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양궁협회는 준비도 과학적으로 철저히 했다. 진천선수촌에 파리 올림픽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세트장을 설치해 선수들이 적응하도록 도왔다. 세느 강변에 있는 앵발리드 경기장을 체험하기 위해 남한강에서 훈련했고, 프로축구 전북의 안방 경기장에서는 소음 대비 훈련도 했다. 선수들은 심리 훈련과 미디어 대응 훈련까지 받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메탈 강화 훈련을 제대로 받은 것이다.
한국 양궁도 1980년대에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 비슷하게 대표 선발 과정에서 외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부조리에 대해 젊고 의식있는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각성운동을 벌였고, 이런 운동이 성공을 거두었다. 활을 쏘아 맞히는 실력만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게 되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실력위주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실력 이외의 어떤 요소도 들어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쾌거를 이룬 한국 양궁이 우리 사회를 향해 쏜 메시지는 무엇인가? 다음 세 가지다.
그 하나는 선수평가 과정에 1%라도 실력 외의 다른 요소가 들어갈 여지를 없애라.
그 둘은 학연·지연·봐주기 등 ‘부정청탁’이나 ‘접대관행’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라.
그 셋은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하여 혁신하는 노력을 계속하라.
이 세 가지가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혀서 정신까지 몽롱해진 한국 사회를 향해 양궁 선수들이 쏘아올린 화살의 메시지이다.
위에서 본 대한양국협회의 선수 선발과 같이, 제대로 실력을 갖추고 열심히 준비한 국민에게 기회를 고르게 균점시키고, 어떤 빽이나 특권도 개개인의 실력과 전문성을 이길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일부에게 독점되거나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이런 방향으로 국가도 회사도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과 용기 그리고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많은 정치인들이 ‘공정하게 기회를 여는 개혁’을 구호처럼 외치지만, 실제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진정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위대한 지도자는 선거에서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이익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자기의 권력의지까지도 국익과 대의를 위해 과감하게 바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결단력 있는 리더십의 사례를 소개한다.
바로 독일의 슈뢰더 총리의 희생적 지도력이다. 그는 ‘정치 지도자는 자리를 잃을 위험을 감내하고라도 국익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슈뢰더는 2000년대 초 노동개혁 등을 통해 유럽의 환자 취급을 받던 독일의 경제를 회생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어떤 정치인도 선거에서 패배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포퓰리즘만은 안 된다고 했다. 인기가 없더라도 긴 안목으로, 긴 호흡으로 국가의 장래와 이익을 내다보고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측대로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가 물러난 후에 개혁의 성과는 활짝 꽃을 피우게 된다. 독일 경제는 착실한 성장 궤도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는 원래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분배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경제가 성장해야 분배도 할 수 있다고 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좌파였지만, 「제3의 길」을 표방하며 경쟁력과 성장에 방점을 두는 우파적 개혁에 나선다.
지도자가 국민들의 일희일비하는 인기를 좇느냐, 아니면 국가발전을 위해 기회를 확대하는 개혁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이 슈뢰더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국가의 개혁, 특히 기회를 확대시키는 개혁은 ‘그 결정은 오늘 내리는데 그 효과는 3~5년 지나서 온다는 점’에서 인기 없는 정책이 되기 십상이다. 개혁의 고통과 성과 간의 시차는 대중에게는 저항을, 지도자에게는 망설임을 가져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희생을 각오한 진정한 지도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바뀌게 될 것이다. 한국을 기회가 활짝 열린 선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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