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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0일, 위성이 촬영한 두만강-하산 간 철도 및 주변지역 전경 [미 CSIS 'Beyond Parallel' 홈페이지에서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이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러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우려하면서 규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국제적 신냉전 구도를 촉진하는 블럭 형성의 측면이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8월 8일(현지시간)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Korea Chair가 발행하는 북한 전문매체인 Beyond Parallel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 관계의 밀착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저자들은 2024년 2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북한-러시아 국경을 횡단하는 두만강-하산 간 철도통행에 관한 위성 사진을 검토했다. 시기적으로 푸틴의 북한 방문 몇 달 전부터 몇 주 후까지이다.
분석 결과, 지난 2년과 비교하여 새로운 열차 교통 패턴이 나타났으며, 광석운반 열차와 탱크 열차가 괄목할 만큼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석탄을 운송하는 데 사용된 광석 차량은 2024년 4월 10일에서 7월 9일 사이에 두만강 시설의 모든 검토 사진에서 관찰되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제된 석유 제품을 운송하는 데 사용되는 탱크 열차는 두만강 시설의 모든 사진에서 관찰되었다. 이는 북한으로의 석탄과 석유 운송이 증가하고, 두 나라 간 철도를 통한 다른 상품의 이동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경제 활동의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북한의 군수품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지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제유의 북한 유입은 만성적인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지원요구에 대한 러시아의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2024년 4월에는 대북제재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위반 사항을 추적해 온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해산된 적이 있었다. 이 때부터 두 나라가 탄약과 석탄을 포함하여 운송 범위를 확대했음이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가 국제적인 대북제재망에 커다란 구멍을 낸 것이다.
또 한가지 관심을 끄는 사안은 나진항을 이용한 러시아의 석탄수출이다. 러시아 국영회사인 RasonConTrans는 유엔의 승인 하에 하산-나진 철도를 통해 나진항으로 석탄을 운반하여 수출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국산 석탄을 수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하에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촘촘한 국제적 제재망이 러시아의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와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밀착은 국제적인 경제제재 하에서 북한의 정권 유지, 핵능력 고도화, 비대칭 재래식무기 첨단화 등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틴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두고, 양국의 관계에 여지를 남겨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더라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략적 이익은 항상 경제적 이득에 앞선다는 국제정치의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결국, 국제적 역학관계를 이용한 상황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이며, 우리의 외교안보 지평을 더 넓혀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