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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사기와 군기, 강한 단결력은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2022년 5월, 초임소위들이 육군과학화훈련장(KCTC)에서 훈련을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 사진제공: 육군 |
[1] 국방부의 당직직위 감축 추진평가회의를 지켜보며...
[2] 병사 휴대폰 사용 관련 국방부 결정을 지켜보며...
국방부는 8월 7일,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정책을 일부 보완하여 9월 1일부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일과 후로 제한한 현행 방침을 유지하되, 훈련병과 군병원 입원환자 등에 대한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보완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2020년 7월부터 평일 일과 후 18시부터 21시까지, 휴일 8시 30분부터 21시까지 휴대전화를 소지 및 사용하는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시행해 왔다. 통제위주의 전통적 병영생활을 요구받는 병사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한 조치는 국민적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중 107번째 과제로 미래세대 병영환경 조성 및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선정했다. 이 과제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병영생활 개선을 위한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2021년 11월부터 총 3차에 걸쳐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방안을 시범 운영하였다. 시범 운영 결과, 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요인들이 식별되어 소지 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시험 운영을 하면서, 강화된 처벌에도 사용수칙 위반건수는 시범운영 전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증가하였고, 특히 보안위반, 불법도박, 디지털성폭력 등 악성 위반행위가 지속 적발되어 확대 시 더욱 증가될 우려가 큰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일과 중 근무ㆍ교육훈련 집중력 저하, 동료와의 대화 단절 및 단결력 저하에 대한 우려 등이 있었다고 국방부는 설명하고 있다. 강력한 국방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병사들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크다.
8월 8일자 국방일보의 1면과 주요 일간지에 국방부의 이번 결정이 크게 보도되었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비판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문제가 과연 국정과제에 포함될 정도의 사안이며, 주요 일간지를 장식할만한 사안인지 궁금하다. 병사들의 휴대폰 소지 및 사용문제가 병영문화의 변화와 관련한 상징적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방부가 이러한 문제를 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명확한 의도를 식별하기 어렵다. 이번 결정과 관련하여 국방부의 발표만 놓고 보면, 병사들의 기본적인 생활권 보호와 전투준비태세 유지에 관한 가치의 충돌 상황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은 조치로 이해된다.
문제는 이러한 균형점의 성격이 스칼라냐 벡터냐는 것이다. 단순히 휴대폰과 관련해 노정된 현재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인지, 휴대폰 사용확대 사례처럼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병영문화를 합목적적으로 개선시켜나가고자는 것인지가 명쾌하지 않다. 국방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 문제를 국정과제에 반영했다면, 그 이후의 방향성이 보여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이 방향성을 병영생활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병영생활의 큰 패러다임은 모든 것을 통제한 가운데 일부를 허용해주는 전방위적 통제의 틀이다. 과거부터 이러한 틀을 창안하고 발전시켜온 배경은 전투중심의 사고였다. 최일선 전투원인 병사들로 하여금 상명하복의 규율과 질서를 체득하게 하고, 돈독한 전우애를 북돋우며, 규칙적인 생할을 통해 정신적ㆍ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틀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은 변했지만 전쟁과 전투의 본질은 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틀을 통해 얻고자하는 본질적인 가치들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존의 틀을 통해 목표로 했던 가치들을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요즘의 군을 두고 걱정을 한다.
그런데 군에 대한 걱정이 본인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틀이 무너져서인지,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없어서인지가 혼란스럽다. 만약, 현 상황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다른 틀이 있는데, 그 때도 무너져가는 과거의 틀을 걱정할 것인지 묻고 싶다. 현 상황에서 군에 요구되는 본질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구상하는 일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기존의 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새롭게 요구되는 병영생활의 패러다임은 꼭 필요한 것만 통제하고 진작하는 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신 통제를 벗어난 일탈이나 기준에 못미치는 임무역량에 대해서는 명확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휴대폰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보다는 휴대폰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전투원에게 요구되는 정신적 덕목을 내무생활을 통해 얻기 보다는 체계적이고 강한 훈련을 통해 구현하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부, 특히 장교들이 어떻게 훈련할 것인지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각군본부와 국방부, 국회의 역할도 분명해질 것이다.
이번 국방부 결정의 적절성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병사의 휴대폰 사용 문제가 상징적 의미가 있음을 인식하고, 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차원의 고민 과정을 통해 이번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면 국방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과 구상이 없었다면 병사 휴대폰 사용범위와 관련된 이번 국방부의 결정은 '견지망월(見指忘月)'의 우를 범하는 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