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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P 장병들이 한겨울에 눈 덮인 철책선을 순찰하고 있다. ⓒ msm.com |
국방부는 7월 24일(수), 신원식 국방부장관 주관으로 「GP/GOP 경계작전 혁신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실시한 토론회는 미래 국방환경의 변화에 대비해 우리 군의 경계작전을 혁신하기 위하여 ▲첨단과학기술이 적용된 미래 GP/GOP 경계작전개념 및 체계 발전방안, ▲유‧무인 복합체계 기반의 경계작전수행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현재, 육군 5보병사단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경계작전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2년간 시험을 하고 있으며, 이번 달부터 경계작전에 인공지능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대토론회를 주관한 신원식 장관은 “인공지능 기반의 경계작전체계 전환을 통해 작전병력을 절약하면서도 경계작전의 ‘질’을 대폭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향후 전‧평시 경계작전 개념과 전투수행방안 등을 구체화하고, 경계작전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첨단기술과 장비의 활용방안을 더욱 발전시키며, 인공지능 플랫폼 기반의 ‘유‧무인 복합 경계작전 체계’로 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1960년대 들어 휴전선부근에서 북한의 무장공비가 극성을 부리자, 우리 군은 적 침투를 방지하고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GOP 전 전선에 철책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1967년에 80km, 1968년에 118.4km를 설치함으로써 한국군이 담당한 휴전선을 모두 철책선화하였다. 이후 1980년대 말에 철책을 견고한 판망형으로 교체하였고, 2014년부터 GOP과학화경계사업을 진행하여 현재와 같은 GOP철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GOP과학화경계사업은 경계작전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였다. 기존에 운용하던 TOD 3형과 지상감시레이더 등의 감시체계에 더해, 고성능의 감시카메라와 센서를 통합하여 원거리에서부터 적의 침투를 경고하고 추적할 수 있는 첨단 경계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km당 4억원이 넘었다.
1차 인구절벽이 유인한 국방개혁 2.0으로 인해 병력이 감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과학화경계의 도입은 군사작전에 첨단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병력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 받았다. 경계의 질은 향상되고 병력은 줄이면서, 그 동안 신화처럼 여겨져 왔던 "고통스러운 철책경계"의 수고로움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그러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과학화경계가 도입된 이후 부대운용에서 소소한 변화는 있었으나 경계작전에 투입되는 전반적인 병력소요를 줄이지는 못했다. 군의 작전수행에 관한 분야이므로 여기에서 구체적인 사안을 얘기할 수는 없으나, 그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작전에 투입되는 병력을 줄이지 못하고 장병들의 수고로움도 크게 줄여주지 못했다면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군사작전에 있어 기술-인력의 trade-off에 관한 관점이다. 첨단무기체계가 도입되면 병력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은 현재 국방혁신 전반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담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시적 관점에서만 타당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병력이 수행하던 과업을 무인체계가 대신했을 때 그 과업을 직접 수행하는 병력은 줄어들겠지만 무인체계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병력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후자의 병력을 군인이 아닌 다른 신분의 인력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전반적인 병력감축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GOP경계작전에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는 군사작전, 특히 GOP경계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감수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의 관점이다. 현재의 인식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0"에 가깝다. 사실, 이 관점으로부터 지금 안고 있는 GOP경계작전의 난맥이 발생했다. 그 동안 GOP경계작전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2000년 이후에 들어서만 민간인 월북, 노크 귀순 등으로 인해 군의 경계작전이 도마에 오른 적이 몇차례 있었다. "철통경계", "물샐틈 없는 경계작전"을 외치던 군으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순간들이었다. 국민적 비판이 일었을 때, 궁극적으로는 작전의 실패가 아니라는 군의 항변이 일부 있긴 했지만 사회적인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군이나 정부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전의 효율성보다는 국민적 정서를 쫒는 경계작전 개념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작전개념 하에서는 아무리 첨단의 경계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병력집약형 경계작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혹자는 경계작전의 질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러한 생각을 수용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우리 군은 의연한 각오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새로운 경계작전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 단지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 만으로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은 그러한 기술과 무기체계로 인해 현장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나타났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즉, 도입의 문제가 아니고 운용의 문제인 것이다. 동시에, 군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란 개념을 국민적 시각에 맞춰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굳이 작전보안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대국민 홍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사회가 GOP경계작전의 새로운 개념을 수용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물론, 설득과 공감대 형성의 첫번째 대상은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군이 꼭 그래야만 하느냐고 볼멘 소리를 할 수 있으나, 이미 상황이 그렇게 조성되어 있다. 이번 대토론회를 기점으로 GOP경계작전에 일대 변혁적 혁신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