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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제2해병원정군 소속의 한 병사가 3D 프린터로 생산된 '니블러(Nibbler)' 드론을 조립하고 있다. ⓒ 사진: 미 해병대 제공 |
최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유ㆍ무인 복합전투체계에 관한 연구용역들이 눈에 띄게 많다. 연구대상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국방부의 국방무인체계 총수명주기관리방안 연구로부터 작전사급 부대의 AAM(Advanced Air Mobility) 운용방안 연구, 공군부대의 기지방어와 해상작전을 위한 유ㆍ무인 복합전투체계 운용방안 연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뿐만 아니다. 각 군의 전투실험조직에서는 다목적 무인차량, 소부대급 정찰 및 공격드론, 다족로봇 등 다양한 유ㆍ무인 전투체계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 최근에는 방사청 헬기사업부 주관으로 AAM의 군사목적 활용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포럼이 발족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국방무인체계 발전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종종 열리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군이 국방부를 필두로 국방혁신 4.0의 가시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2017년 육군에서부터 미래혁신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첨단과학기술군으로의 변혁적 개혁을 위해 히말라야 14좌를 모티브로한 히말라야프로젝트, 더 이상 걷는 보병을 없애겠다는 백두산호랑이 체계(이후 Army TIGER-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nology-로 진화) 등이 화두로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단어들이 AI, 드론봇, 워리어플랫폼 등이었다. 이러한 육군의 구상이 발표되자 기업과 연구소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병들에게는 머지않은 미래에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의 관심과 기대는 점차 식어갔고 일부는 냉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장병들의 성급한 기대가 식어간 것은 무기체계 획득과정의 특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관심이 식은 데는 그들이 확신을 가지고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소요를 군이 제시하지 못했던 영향이 컸다. 얘기는 무성했지만 소요라는 열매를 맺지 못한 결과였다. 소요군이 아닌 국방과학연구소나 업체주도의 연구개발이 일부 진행되었으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들어, 실질적인 수요자인 각 군이 미래 무기체계의 소요를 제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현상은 이러한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장병들이 체감하는 미래혁신의 온도차를 단지 정책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로 계속 치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요즘 차를 운전하다보면 적어도 고속도로에서는 내차가 자율주행차량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곤 한다. 같은 세대(Generation)의 자동차인데 몇 가지 첨단기술을 추가함으로써 지금까지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편리함을 느낀다.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훨씬 덜 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사용된 드론이 전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드론에는 최신의 기종도 포함되어 있으나, 값싼 상용드론에 카메라나 포탄을 장착하여 군사용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첨단기술이 지금 당장에라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러한 편리함이나 실용성을 우리 군의 장병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체계의 이해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Fight Tonight!"의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무기체계를 전력화하는 데는 복잡한 절차와 과정이 따른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전력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기술의 진화는 계속되고, 이로 인해 무기체계가 배치될 때 쯤에는 벌써 기술적 진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비용의 문제나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에 걸리는 시간의 문제로 인해 부분적인 성능개량은 이루어지더라도 무기체계 자체를 바꾸는 일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현재 우리 군이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무기체계 획득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융통성이 많이 확장된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손자병법에 졸속(拙速)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정교함에 집중하는 사이, 현재의 기술력이 제공하는 이점을 전투에 활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상군의 대대급에 리모아이라는 무인정찰기가 운용되고 있다. 야전에 배치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전력화 초기부터 기체, 카메라, 통제범위, 착륙방식, 정비체계 등에서 많은 문제가 식별되었다. 현재 전술적으로 정상 운용이 어려운 상태이다. 업체에서는 군 납품을 목적으로 이미 이보다 우수한 성능의 다목적 무인기를 개발해 양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방산전시회에 이러한 장비들이 전시되고 일선의 장병들이 와서 견학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병들이 느끼게 될 괴리감을 획득정책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뿐만 아니다. 차기 00급 UAV 전력화가 늦어져 엔진의 수명년한이 가까워지진 기체를 가까스로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군에서 시험 중인 00부대의 경우 다목적무인차량이 극소수 들어와 있으나 이는 업체에서 시험용으로 운용하다 군에 양도한 제품으로 정상운용이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이 부대에는 소부대용 정찰과 공격 드론이 배치되어 있으나 부대의 편성과 맞지 않아 전술적 운용이 어렵다.
미 해병대는 이미 2017년부터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군사용 드론을 제작 및 정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작년에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의 부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하여 납품하였다. 매우 적응적인 도전이다. 현재 국내의 밀덕(Military 덕후) 중 일부 인원은 3D 프린터와 공개된 설계도를 이용하여 드론의 기체를 제작하고, 외국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모터, 카메라, 통제용 통신체계를 구매하여 군에서 사용하는 정찰용 드론보다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 군에서도 이런 상황 적응적 도전이 계속하여 시도되어야 한다. 미래의 화려한 모습을 기다리며 오늘도 외국군을 부러워하고 있게 해서는 안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현실화시켜 혁신의 DNA를 계속 키워 나가야 한다. 더이상 무기체계의 획득과 유지정책의 어려움만을 얘기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앞을 가로막는 제약들이 있다면 이 또한 혁신적인 마이드로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