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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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에 남긴 과제

군 스스로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깊은 뿌리를 내릴 때다.

작성일 : 2024.07.03 06:18 수정일 : 2024.07.03 06:4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지난 2018년 11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최전방 GP를 철거하기 위해 폭파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이하 9.19 합의)로 해상사격훈련이 중지된지 5년 9개월 만인 지난 6월 26일,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K-9 및 천무 실사격훈련이 재개됐다. 한편, 경기도와 강원도의 군사분계선 이남 5km 안에 위치한 전방 육군 사격장에서는 자주포 등을 동원한 포병 사격 훈련이 7월 2일 오전에 진행됐다. 이날 훈련에서는 K-9 자주포 등 모두 140여 발이 발사됐다. 이로써, 9.19 합의에 따라 그동안 군사분계선, 서북도서 일대에서 제약받아온 우리 군의 모든 군사 활동이 정상적으로 복원된 셈이다.

  9.19 합의는 당초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8년에 체결됐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 이후에도 해안포 사격, 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GP 총격 도발, 소형 무인기 침투 등 의도적인 위반 행위와 도발을 반복적으로 자행해 왔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21에 북한의 세번째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9·19 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은 아예 이 합의이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5월 27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자 GPS 교란, 미사일 발사,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 등의 도발을 자행했고, 급기야 우리 정부는 6월 4일 남북 간 합의의 전면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9.19 합의가 체결되자 당시 군 안팎에서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너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게 골자였다. 특히, 합의를 체결했던 정권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그 비판은 더 거세졌다. 합의를 추진했던 사람들이 합참의 군사적 판단결과를 무시했다거나, 합참에서 알아서 합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보고했다는 등의 비판이 주류였다. 심지어 "군 고위직들은 왜 정권에 바른 소리를 못했으며, 막을 수 없었다면 군복이라도 벗어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날선 비난도 있었다. 갑자기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반대했다가 소환됐던 전 유엔사 참모장 존 싱글러브 소장이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합참의 행태가 세간에서 제기됐던 비판의 내용대로였다면 어떠한 비난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당시 합참에서 이루어졌던 과정과 결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 당시 합참 관계자들을 쉽게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한 가운데 어떤 사안이나 대상을 비난하는 행위는 다분히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만 견주어 세상을 재단하는 정치적 판단일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이 정치에 종속됐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칫 또다른 정치의 영역에 서있을 가능성이 있다. 단지 9.19 합의에만 관련된 사안이 아니며, 보수나 진보 성향의 정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흔히들 군인은 보수여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보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면 대부분의 군인은 옷을 벗고 나가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는 군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이 자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에서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성숙되지도 못한 현상이다. 군인의 판단기준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아니라 군이 지향하는 고유의 가치체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논의의 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다시 9.19 합의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물론,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군사적 판단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졌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하는 얘기이다. 9.19 합의 당시 적어도 일선부대에서 이루어졌던 논의의 요지는 9.19 합의에 포함된 조항들이 군사적 측면에서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였다. 우리 군의 정찰감시와 장거리정밀타격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으므로, 일부 GP를 철수시키더라도 DMZ작전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어찌보면 자기 합리화의 과정이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왜 우리 군 수뇌부는 장병들을 고생시키면서 지금까지 GP를 운용하고, 그 위험한 DMZ작전을 하게 했을까? 지금이라도 더 많은 GP를 철수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

  문제의 본질은 군이 9.19 합의를 막지 못한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합의 이후 군을 지배했던 정신세계에 있었다. 9.19 합의는 군사적 영역이 아닌 정치적 영역의 문제이다. 이 상황에서 GP를 철수시키고, 정찰자산의 비행한계선을 조정하는 문제는 이미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 이러한 구분 개념은 이미 군사교리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더 크게 보면 문민통제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리에서, 당시 일선부대의 화두는 합의에 수반될 군사적 영역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대안을 찾는 데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일선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에게 이러한 논리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냈던 군의 정신적 상태가 현재 우리 군을 위기로 몰아가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군 스스로가 현 상황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를 원한다면, 이와 같은 정신적 상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군의 철학과 윤리에 관한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군인들 스스로가 정치적 영역과 군사적 영역의 경계선에서 계속 우왕좌왕할 것이며, 정치적 영역의 탐욕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릴 것이다. 군을 흔드는 정치를 탓하기 전에 군 스스로가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그 뿌리를 튼튼히 하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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