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6.28 04:34 수정일 : 2024.06.28 04:45 작성자 : 조태영 교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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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경기도 IB 후보 학교의 복도 풍경 |
10년 전 교육계의 유행은 ‘혁신학교’였다.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가진다는 특성을 장점으로 삼아 각 시·도 교육청별로 ○○형 혁신학교가 성행했다. 학급 당 학생 수를 25명으로 구성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했고, 업무 전담팀을 꾸리는 등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존재했다. 혁신학교 대부분이 초등학교에 몰려 있어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사이에 연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으로 인해 혁신학교를 피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혁신학교에는 예산이 추가적으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혁신학교’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교육계는 각종 설문, 연수들로 가득찼다. 그런데 이제 혁신학교의 유행은 끝나고야 말았다. 경기, 전남, 부산 등 시·도 교육청에서는 일방적 폐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이전에는 거꾸로 교실, 스마트 교실 등이 이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이번에는 IB가 유행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IB란 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서 개발하여 운영하는 국제 인증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등 국제기구 주재원, 외교관, 해외 주재 상사의 자녀들을 위해 시작되었다. 한국은 2011년 경기외국어고등학교가 처음 IB 교육과정을 도입하였다. 현재에는 대구, 제주를 중심으로 인증학교는 46개교, 후보학교 34개교, 관심 학교 167개교에 이르러 그 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IB의 핵심은 ‘개념적 학습(conceptual learning)’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결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지식을 획득하고, 개념을 탐구한 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해보는 방식이다. 생각을 쥐어 짜내어 장문의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각하는 힘과 자기주도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수업의 과정 속에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같은 기대 부응하듯 최근 IB를 공약으로 언급한 교육감이 5명 배출되었고 대구, 제주를 비롯해 서울, 경기, 충남, 경남, 부산, 전남 교육청까지 8개 시도교육청에서 IB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IB를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먼저, IB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스위스에 있는 IB 본부로 보내야 하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IB의 인증을 받으려면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컨설팅을 받아야한다. 이 때 지불해야하는 돈이 한화로 연간 1000만원 남짓이다. 현재 인증을 받은 46개교에는 약 4억 6천이 소요되었고, 앞으로 인증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학교에만 약 3억 4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관심 학교를 모두 인증학교로 전환한다고 가정한다면 약 24억 7천만원을 IB 본부로 보내는 일이 발생한다. 현재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연구 학교, 중점 학교 등에 지원하는 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도 지불 가능하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다. 그러나 같은 비용의 예산을 학생, 교육환경, 교사에게 쓰는 경우와 교육과정 관리비로 쓰는 경우 중 어느 편이 효율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IB 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힘이 많이 든다. IB 교육과정은 국가교육 과정의 내용도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존재하여 교육과정을 완전히 재구성해야 한다. 최근 IB 관심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한 교사 A씨는 “병이 들 정도로 몸이 갈리는 느낌이었다. 긴 호흡으로 수업을 이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힘들고 교사도 지쳤다.”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평가에 있어서 IB 인증 평가와 학생기록부에 들어가야 하는 교과 평가를 모두 해내야 하기 때문에 업무의 과중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한편, 2028 대입 개편안에서는 ‘논술형’ 대입 시험 도입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오지 선다형 객관식 수능에서 미래역량을 평가할 수 없으므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같은 논술형 평가를 통해 미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IB를 통해 기를 수 있는 탐구력, 사고력 등이 이와 같은 대입 개편안과 대응하여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IB의 공교육화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아닌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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