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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와 무궁화의 아름답고 경건한 자태 |
6월 26일자 주요 언론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같은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사업의 핵심은 100m 높이의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서울시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작년 9월부터 이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는 이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례를 지난달 통과시켰다. 지난 2015년에도 당시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설치를 추진했지만, 서울시 시민위원회가 반대해 무산된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친 애국주의 발상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문화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을 두고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이고 힘이다. 이번 사업을 두고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꼭 그런 사업을 해야하는가?" 등 부정적 시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체주의'라고 비유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주의(全體主義, Totalitarianism)는 전체를 개인보다도 우위에 두고, 개인이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극단적 형태의 국가주의(statism)를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체주의가 스며 들 자리가 있는가? 설령, 그런 불손한 의도를 갖고 있는 세력이 있더라도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노력의 하나가 국가의 고유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표한 서울시의 정책 정신은 '전체주의'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공동체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공동체주의는 구성원들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며, 개인을 위하여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념이다. 이는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영위해 온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타고난 천부적 권리를 중시하되, 스스로를 위해 개인에게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러나 그 책임의 결실은 자신에게 귀속된다.
요즘,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부정적 현상의 원인을 공동체의식의 결여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가족공동체, 사회공동체, 국가공동체라는 의식이 우려할 정도로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류가 발명해 낸 최고의 공동체라고 하는 국가공동체가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개인의 천부적 권리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역학적으로 비유하자면, 국가공동체가 무너지게 되면 개인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 自由度)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공동체의식이 중요하다. 개인으로부터 일정부분 양도된 권리로 형성된 국가 주권은, 국가공동체를 유지함으로써 개인의 천부적 권리를 보장해 줄 사명이 있다. 태극기는 그런 국가공동체 유지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는 상징(symbol)이다. 이번 서울시에서 발표한 정책의 정신을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태극기와 아울러 대표적인 대한민국의 상징은 '무궁화(無窮花)'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신라 혜공왕 및 고려 예종 때 외국에 보낸 국서에는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무궁화의 나라)'이라고 표현할 만큼 무궁화가 많았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무궁화는 조선말 개화기를 거치면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노래말이 애국가에 삽입된 이후 더욱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일제는 무궁화를 '눈에 피꽃'이라 하여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거나, '부스럼꽃'이라 하여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하는 등 무궁화를 탄압하기도 했다.
무궁화는 우리 국민에게 국화(國花)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법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관습상 인정되는 것이다. 국가에 따라 국화를 법으로 정하거나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풍속에 맞게 정해지기도 한다. 반면, 태극기는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기로 공식 제정되었으며, 2007년 7월 27일에 현재의 대한민국 국기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에서도 무궁화의 법률적 국화 지정 운동이 전개되었으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궁화 보전 및 보급을 위해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들은 생각보다 많다.
국민, 특히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조국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와 무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은 국가공동체의식 함양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영구히 이어가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모든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광복 80주년을 맞기 1년 전인 올해, 무궁화를 법적 국화로 지정하는 입법과 함께, 일년 중 하루는 온 국민이 무궁화를 찾을 수 있는 정부기념일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무궁화 관련 단체에서는 무한대(∝)라는 의미를 차용하여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제정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