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활동했던 시베리아와 만주 그리고 한반도가 지닌 자연환경의 특색을 고찰하여 우리의 기질을 추론해보자. 우리 민족이 형성되는 단계에서 한국인의 기질은 한마디로 ‘농경민의 불굴의 끈기와 유목민의 역동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작성일 : 2024.06.15 01:45 수정일 : 2024.06.15 02:04 작성자 : 정치에디터 박세미
종교가 발전되기 이전에 우리 민족은 나름의 사유체계를 갖고 있었다. 그 「원형적 기질」을 찾아보자.
우리 민족의 사유원형을 시기적으로 고조선 이전의 상고시대부터 삼국시대 초기까지를, 분야에 있어서는 종교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추론해 보자.
한반도에 불교와 유교가 들어와 우리의 정신생활을 지배하기 이전에도 우리 민족에게 나름의 사유체계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이 마음속에 간직했던 독특한 정신적 인자가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정신적 원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방법은 세 가지가 있을 것 같다.
그 첫째 방법은 우리 민족이 활동했던 시베리아와 만주 그리고 한반도가 지닌 자연환경의 특색을 고찰하여 우리 기질을 추론하는 것이다.
둘째는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다. 민족 공동체가 경험한 초기 조건들은 민족의 시원적 원형에 새겨지고 이것이 신화로 만들어져 대대손손 전해진다. 그래서 신화의 형태로 전해지는 우리 민족의 원류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신화적인 원형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하나의 역사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셋째로 우리말에서 정신적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말은 인간의 의식이 분화되는 길을 따라서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민족이든 그들의 말은 그 민족의 정신에 가까이 닿아있기 마련이다.
말이 정신을 따랐으니 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마지막에서 정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말을 되짚고 계속 추적한다면 한국인의 정신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확한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서 그것을 찾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연구 초기단계의 경우 직관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방법론에 따라 우리의 원형적 기질을 추론해 보자.
우리 민족이 활동했던 시베리아와 만주 그리고 한반도가 지닌 자연환경의 특색을 고찰하여 우리의 기질을 추론해보자.
먼저, 우리 민족의 터전이었던 만주와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의 생활상을 추론해보자. 우리민족은 중앙아시아의 시베리아와 만주벌판 그리고 남쪽으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북방민족이 활동했던 북쪽지역은 시베리아의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하늘이 높고 푸르러 금방이라도 하늘의 신이 내려올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고대 한민족은 하늘 신(天神)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적인 신앙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유목민족은 말을 타고 초원을 찾아 이동생활을 하면서 직선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그들은 항상 행선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가축을 몰고 이동하면서 잘못된 정보에 따라 길을 잘못 들었다가는 가축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북방민족과는 반대로 농경민족이 사는 남쪽지역은 강수량이 많고 고온다습하여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안개도 자욱하여 시야가 흐려지는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이처럼 어디에서나 정령(혼)이 존재하는 것 같은 신비스럽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영혼불멸(靈魂不滅)의 정령신앙(精靈信仰)이 싹트게 되었을 것이다. 애니미즘적인 다신교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농경지역의 고인돌다.
농경민들은 일정한 장소에 정착하여 강이나 산을 따라 직선이 아닌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이웃이 씨를 뿌리면 자신도 씨를 뿌리는 방식으로 생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살아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농경사회에서는 이웃과 힘을 합쳐 저수지를 만드는 물 관리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을 단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기 쉽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윤리를 중시하는 관행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살다보니 북쪽지역과 남쪽지역 등 지역별로 다른 기질을 갖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초원지대를 떠돌면서 유목생활을 한 북방조상들은 직관력, 순발력, 민첩성 같은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여기서 ‘역동성’이 몸에 배게 되었을 것이다.
이와 달리 따뜻한 남녘땅에서 농경생활을 한 남방조상들은 끈기, 친절, 장기적 안목을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농경민족은 척박한 땅을 일구어 씨를 파종하고, 그것이 자라서 수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때때로 가뭄이 들어 농사를 망치게 되더라도 굴하지 않고 다음해까지 참고 기다리는 ‘불굴의 끈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고대 농사일은 끈기가 없으면 수확을 거두기 어려운 일이었다.
북방계와 남방계가 합쳐진 우리민족은, 들판에 핀 야생화처럼 거친 환경에 적응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향기를 간직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향기가 바로 한국인의 색깔이며 기질로 굳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기질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민족이 형성되는 단계에서 한국인의 기질은 한마디로 ‘농경민의 불굴의 끈기와 유목민의 역동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중앙아시아로부터 전해온 샤머니즘이, 우리의 원형적 기질에 ‘신바람’를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바람은 신이 나서 우쭐우쭐하는 기운으로 나타난다. 우리민족은 ‘자신 속에 신이 있는 것’ 처럼 신명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한국인은 신기(神氣)가 넘치는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풍류(風流)를 이상으로 삼고 스스로 신바람(風)을 일으키며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을 믿는 민족이다. 풍류는 ‘샤머니즘’을 설명하면서 최치원이 사용한 용어이다. 고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신명과 역동성을 유지하여 왔다. 북방계의 유목민족의 기질 속에 샤머니즘적인 신명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신명은 만인이 제각기 따로 노는 형국이면서도, 만 개의 개체가 연쇄적으로 충돌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는 공동체의식을 이루게 한다.
어떤 규격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즉흥성이 강하며, 한번 흥이 돋구어지면 형식과 종류에 상관없이 자유자제로 흘러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애초에 표준화란 것이 몸에 베여있지 않지만 각자 놀 수 있도록 방임하면 전체와 자연스럽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나가는 신비한 기질이다.
신바람은 경직된 사회분위기,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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