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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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만해협 우발사태에 대비하고 있는가?

보다 복잡한 비선형방정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작성일 : 2024.06.14 04:02 수정일 : 2024.06.15 09:27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6월 14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주관하여 '양안사태시 한국의 선택과 대응'이란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발제 및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촬영: 뉴스시선>


  오늘(6월 14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소장 주은식) 주관으로 공군호텔에서 '양안사태시 한국의 선택과 대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오늘 세미나에서는 대만해협의 우발사태와 관련한 각 분야 전문가 4명이 발제하였으며 국방 및 군사, 안보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여 진지한 경청과 토론을 이어갔다.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와 청중은 대만해협에서의 우발사태가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인식하고, 외교 및 군사적으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대륙전략연구소장 이창형 박사는 반국가분열법을 근거로 중국의 무력사용 조건과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 중국의 무력사용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제시하였다. 숙명여대 김광진 교수는 우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예측가능한 3가지의 시나리오와 7가지의 전장유형을 제시하고, 각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요구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분석하였다. 또한,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김덕기 박사는 우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역내에서 운용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현황을 분석한 후, 미국이 2개의 주요 전장(MRC)을 동시에 관리하는 문제와 주한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진단하였다. 마지막으로 발제에 나선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통합적 차원에서 우발사태시 한국의 생존전략을 DIME(Diplomacy, Information, Military, Economy)요소를 이용하여 제시하였다.

  오늘 세미나에서 제시된 사안들은 분야별 전문가의 깊이 있고 구체적인 연구 결과인 만큼, 관계부처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한편, 안보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도 이번 세미나의 큰 성과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와 관련하여 조금 아쉬운 부분이 지적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반국가분열법을 근거로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조건은 제시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중국이 무력사용을 결심할 지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점이다. 설령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발생하더라도, 실제로 무력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은 당시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이 일련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무력사용을 결심했다면, 그것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이미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미 조성된 이러한 상황에는 한반도의 상황도 포함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늘 세미나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만해협에서 우발사태가 발생할 당시 한반도의 상황이 정상적일 것이라는 가정은 다소 편의적이고 편협된 판단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무력사용 관련 상황을 비선형의 고차방정식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현재와 미래의 국제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특징적인 국제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이 구조를 보면, 대만해협과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이다. 그 다음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추론해 보자.

                  

  첫 번째 고려요소는 러시아와 북한 관계의 급격한 진전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이미 탄약과 무기를 제공했다. 그 댓가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미사일과 위성 관련 기술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다음 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방북에서 1961년에 맺어 1996년에 폐기된 '조소동맹조약'을 능가하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약의 구속력이 북한의 대남침략시에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전략적 위험에 직면할 때에도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연하자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확대되어 러시아가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북한은 미국을 한반도에 고착할 수 있는 최저수준으로 대남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중국은 군사적 행동을 통해 본인들이 의도하는 대로 현재의 양안관계를 변경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더 깊숙히 개입한 상태에서, 중동에서도 현재보다는 더 큰 정치적ㆍ군사적 노력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도 깊숙히 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모종의 행동을 감행하더라도 미국은 여력이 없는 상태가 된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대만해협의 우발사태를 걱정하기 전에 우리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해협의 우발사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바로 이런 상황이다. 오늘 세미나에서 언급되었던 방안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외교적 노력의 중점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진전을 차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다음 주 18일에 외교부와 국방부의 2+2형태로 열리는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이러한 입장을 관철시키면 좋겠지만, 그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중국은 현재 한ㆍ미ㆍ일이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상황을 저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한중 간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고려요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하여,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디커플링(decoupling)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의 주체는 이스라엘이라고 하기보다는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한 극우세력이라 지칭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어찌됐든 네타냐후의 의도가 구현된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원인은 중국과 이란의 유착에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으로부터 대량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하루 약 150만 배럴에 달하는 이란의 석유 수출 중 80%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이란은 경제적 활로를 중국으로부터 찾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미국은 더 많은 외교적 노력과 군사력의 재배치를 요구받을 것이다. 미국이 계속 중동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현상유지를 위해 대만에 대한 경고성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국의 개입을 우려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무력사용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려는 대만의 세력에게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대만 내 여론을 양분시키려 할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탈 미국화 시도가 대만해협에서의 우발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국제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때 무력사용의 공간적 범위는 대만해협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중국의 저강도 무력사용이 현실화 되었을 때, 말라카해협을 통한 우리의 교역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중국은 전략적으로 한국, 일본 등 주요 관련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이면, 우리의 대응은 수사적 수준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중동에 발이 묶인 미국이 동맹국의 군사력을 빌어 중국의 행동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의 국제구도를 중심으로 전개시킨 지금까지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렇지만, 불확실하고 변수가 많은 국제관계를 예측하고, 우리의 대응책을 고심할 때는 관련 국가들 간의 더 복잡한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인식 하에서 검토되는 대안이 정책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실효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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