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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 기간 중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고 있는 훈련병들 ⓒ NEWSIS |
가정의 달 5월에, 훈련 중이던 육군 훈련병이 연이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숨지고, 소대장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5월 23일에는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었으나 패혈성 쇼크로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 도중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5월 22일 다른 훈련병들과 함께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뛰는 군기훈련을 받았다. 이 훈련병은 지난달 5월 13일 전방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고 한다. 신병교육대에 입대한 지 열흘 만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시간상 아직 군 생활뿐 아니라 집단생활에도 익숙하지 못한 그야말로 신병이었다.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꽃다운 나이에 입대하면서 군 복무에 대한 기대도 많았을 텐데,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훈련병과 유족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망한 훈련병이 완전군장을 메고 뜀걸음을 하게 한 것은 규정을 어긴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여, 육군은 현재 “경찰과 함께 군기훈련이 규정과 절차에 맞게 시행됐는지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이전에도 이러한 규정을 어긴 유사한 형태의 군기훈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강군육성이라는 이름하에 우리 군이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간과하고 있던 것은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필자가 그날의 군기훈련 상황과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날 군기훈련을 시켰던 상급자들은 훈련병의 건강 상태를 사전에 살피고 조치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정말 없었던 것일까?, 군기훈련 과정에서 부하의 건강과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 상급자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군에 갓 입대한 젊은 병사에 대해 좀 더 세세한 돌봄과 관심으로
귀한 생명을 지키고 보람된 군 복무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왜 훈련병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강도의 훈련으로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을까?” 등을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와 군인정신의 함양,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미래 초급장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일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과 군기훈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규정 준수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한편, 건전하고 합목적적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 군기훈련의 규정을 준수하는 일은 모든 군인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선진화된 군기훈련의 목적과 규정에 대해 상급자와 하급자 모두 주요 내용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군은 병영내 인권개선, 병 봉급 인상, 군 급식 개선 등 선진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등의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게 군기훈련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육군을 포함해 우리 군 전체는 현재의 규정이 군기훈련의 목적이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육군의 규정상, 군기훈련은 군기 확립을 위해 지휘관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훈육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정신수양과 체력단련을 의미하며, 과거 ‘얼차려’로 불리기도 했다. 2020년 6월부터 육군은 얼차려라는 용어를 군기훈련으로 변경했다. 군기훈련은 군대에서 잘못을 저질렀거나 생활수칙을 위반했을 경우, 흐트러진 군기를 바로잡기 위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신체적 또는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체벌행위이다.
육군 규정에는 군기훈련을 하는 시간과 횟수까지 정해져 있고, 군기훈련을 부여하는 자는 피교육자의 병영 생활 상태와 체력수준을 고려하여 군기훈련 방법과 횟수를 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군기훈련을 부여하는 자는 군기훈련 시행이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임을 명심하여 피교육자가 군기훈련으로 인하여 인간적인 수치심을 느끼거나 가혹행위(고통)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군기훈련을 부여하는 자는 피교육생이 군기훈련을 통하여 정신을 수양하고, 행동을 숙달하며, 체력을 단련했다는 등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육군 전 장병은 규정되지 않은 군기훈련을 부여할 수 없다. 강조하자면, 이러한 군기훈련의 시행요령을 잘 지키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육군의 군기훈련 규정을 좀 더 살펴보면, 군기훈련 대상자에 대해 각급 부대는 구두 교육에 의한 교정을 우선 시행 후 교정이 불가능할 경우, 동일한 잘못을 반복할 경우, 교육훈련 시 훈련목적에 부합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경우에 군기훈련을 시행할 수 있다. 아울러 군기훈련 방법에는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보행, 뜀걸음, 순환식 체력단련, 특정지역 청소, 반성문 작성, 참선 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합리적인 군기훈련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 완전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뛰게 한 것 등은 과도한 군기훈련으로 간주 될 수 있다. 군기훈련 규정에는 일·이등병의 경우 완전군장 상태에서 걷기만 시킬 수 있고, 뜀걸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훈련병의 사망 요인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는, 완전군장을 메고 뜀걸음에다 선착순 달리기까지 하게 한 것은 육군의 군기훈련 규정을 지나치게 남용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물론 군내에서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건,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건사고의 사전예방과 안전교육, 합리적이고 적절한 훈련통제는 군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비전투손실 예방과 건전한 병영문화 조성 등을 위한 중요한 활동이다. 훈련과 군기는 싸워 이기는 강군육성의 초석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때론 강도 높은 군기훈련이 요구되며, 군 조직 특성상 적절한 군기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앞에서 언급한 관련 규정을 세세하게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군기훈련이 가혹행위로 전락하고, 피교육자의 인권 침해나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군기훈련 규정을 준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군기훈련을 포함해 모든 훈련 또는 병영생활 중 유사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급자들은 항시 군기훈련의 효과와 목적에 대해 상기해야 하며, 적절한 군기훈련 시행요령과 방법 등에 대해 숙지하고 몸소 실천해야 한다. 육군의 군기훈련 본질이 남용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관계관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예컨대 국방부와 군은 군기훈련이 상급자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자체교육을 강화하고 군기훈련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결국,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군기훈련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며, 군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뿐이다. 국방부와 우리 군이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의 진정한 구현은 “가고 싶은 군대, 보람되고 즐거운 선진 병영문화 조성”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러한 유사한 사망사고가 거듭 발생한다면 초급장교 지원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져 “튼튼한 국방과 싸워 이기는 정예 선진 강군육성 건설”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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