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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생활관(내무반)의 과거와 현재. 이러한 변화 또한 사회와 국민적 의식의 변화에 기인했다. 하지만 병영의 소프트웨어는 그러한 변화를 쫒아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
국방부는 5월 7일(화), 국방부 병영문화혁신담당관, 각 군 본부 인사 관련 주요직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24년 2분기 당직직위 감축 추진평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의 주제는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생소하겠지만 군 복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얘기일 것이다.
군 간부들은 각종 상황조치, 총기ㆍ탄약관리, 병력관리, 순찰 등 강도 높은 당직임무를 월 평균 4~5회 실시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초급간부들의 휴식권 보장 등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23년 7월부터 당직직위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선 최소 초급간부 개인별로 1회 이상 감소 효과가 생길 수 있도록 당직직위 20% 감축을 목표로 정해 당직근무 방식 개선 및 효율화, CCTV 활용 등을 통해 임무수행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날 회의를 통해 '23년 7월 대비 10.8%인 887개의 당직직위가 감축되어 7,291개 직위가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방부는 향후에도 분기별 당직직위 감축 추진평가 회의를 통해 간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당직직위가 감축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은 당직직위 감축을 위해 각 군에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유사직종(경찰ㆍ소방공무원) 대비 금액이 낮아 초급간부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하고 있는 당직근무비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군에서 당직직위 감축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병영시설이 통합되면서 굳이 한 건물 내에서 중대별로 당직사관이 필요한지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당직근무 이후 다음 날 훈련이나 작전활동이 제한되는 등 임무수행의 효율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도 많은 반론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주된 이유는 상황조치와 병력통제였다. 당시 제기된 문제를 해소하고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며 간부 복무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이번 국방부회의에서 논의된 방안들과 유사한 대책들이 시행되었다.
이렇듯 통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국방부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에 대해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15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그 당시 논의되었던 패러다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소대단위 생활관이 편성됐을 때는 중대 당직사관이 네개의 생활관만 순회하며 야간점호를 했다. 전체적인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대단위로 생활관이 편성되어 있고, 당직사관은 대대에 1~2명이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당직사관이 저녁점호시간에 방문해야 할 생활관이 수십개에 이른다. 저녁점호의 목적은 차치하더라도, 이게 가능한 일과진행인지부터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창군이래 병영에서 시행되어 왔던 많은 활동과 제도는 모두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군에 요구되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들이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고 사람이 바뀐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변함 없이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지켜갈 수 없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과거의 방식을 옹호하는 것은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제 병영생활에 대한 과거의 패러다임은 이미 임계점을 지났다. 과감히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병영생활의 패러다임을 '통제'에서 '주거'로 전환하는 일이다. 단결은 훈련을 통해 추구해야 하며, 군기는 자율을 기반으로 해서 세워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만 이루어진다면, 창군이래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병영내 일과진행의 비효율성, 이번 국방부회의에서 논의된 당직직위 문제,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 등이 대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