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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2023년 4월 북한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사진, 울타리 밑 흙길에 한 남자가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 탈북민은 이 남성이 굶주림으로 죽기 직전이었다고 증언했다. ⓒ 일본 TBS |
미국의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지난 4월 29일 카네기 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인 이정민 박사의 '김정은이 집권한 북한의 공동화(空洞化)'라는 논문을 소개했다. 이정민 박사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과 동북아의 안보, 국방, 정보, 위기관리 분야 전문가이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북한이 핵무기로 세계 무대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씨 왕조는 서서히,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면서도 정권 붕괴가 반드시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많은 북한 전문가는 당시 27세의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나 집권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정은은 여전히 북한의 군대와 보안기관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공동화되고 있고 김씨 왕조는 쇠퇴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중대한 전략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다음의 네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경제적 쇠퇴이다. 이로 인해 국가 배급시스템이 붕괴되고 90년대부터 장마당이 부상했으나 이마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25~30%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남한, 미국, 일본에 대한 강렬한 증오와 공포에 기초한 수십 년간의 세뇌 교육이 급격히 약해져 돈 많은 엘리트들 내에서도 충성심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강제수용소, 공개 처형, 보위부의 끊임없는 테러 등을 통해서도 더이상 주민들에게 점점 더 많은 공포를 심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넷째, 왕조 계승과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김정은이 그의 10대 딸 김주애를 차기 지도자로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이정민 박사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의 가능성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확장억제 자산과 전략을 대폭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두 동맹국은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공동화로 인한 북한의 국내 불안정에도 대비해야 한다라고 결론맺고 있다.
한편, 이 논문이 발표되기 약 열흘 전인 4월 18일에 한미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인 미국의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빅터 차 박사는 한국정부가 갑작스런 통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북한문제 전문가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통일은 한국정부의 생각처럼 연착륙형태로는 오지 않을 것이며, 두 가지의 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올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북한 세습정권의 갑작스런 붕괴상황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 주민에 대한 중국의 국경개방으로 인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세습정권의 갑작스런 붕괴상황을 이정민 박사가 제시한 요인들과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갑작스런 통일에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남북, 미북 간 대화의 문을 닫고 그들의 로드맵에 따라 행동하고 있으며, 한국도 윤석열정부 들어 북한과의 교류나 회담 등 어떠한 물꼬도 트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북한이 문을 걸어잠그고 있고, 그 문을 열 수 있는 어떠한 합리적인 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통일정책은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통일정책은 내부적 준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외교, 경제, 사회, 군사 분야에서의 내부적 준비를 착실하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독일통일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통합과정에서의 갈등요소들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