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가 별로 얽혀있지 않고, 끈끈하지도 않은 캐주얼한 인간관계를 많이 만드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갖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작성일 : 2024.05.07 08:51 수정일 : 2024.05.08 10:39 작성자 : 정치에디터 박세미
스텐퍼드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Mark Granovetter는 ‘약한 관계의 강한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을 강조한다. 이해관계가 별로 얽혀있지 않고, 끈끈하지도 않은 캐주얼한 인간관계를 많이 만드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갖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이들 학교 픽업할 때 마주치는 학부모들, 단골 카페의 바리스타, 그리고 공원에서 가끔 만나 대화하는 사람들, 취미클럽 회원과 같은 관계들이다. 친구 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진짜 놀라운 것은 ‘약한 유대관계’가 정서적 혜택을 줄 뿐 아니라 구직 등 실생활에서까지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 통념을 깨는 이런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사람이 바로 Mark Granovetter 교수였다.
그는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나 동료와의 관계를 ‘강한 유대관계’라 일컫고, 우연히 알게 돼 안면 정도만 있는 사람들과의 사이는 ‘약한 유대관계’로 정의했다.
그는 작업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전문직, 기술직, 관리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바탕으로 발표한 ‘약한 고리의 강한 힘’이라는 논문에서 ‘강한 유대관계’보다 ‘약한 유대관계’의 도움으로 새 직장을 얻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신뢰할만한 친구나 동료가 도움을 주었다고 밝힌 사람은 17%였던 반면, 28%의 응답자는 새 직장에 대한 정보를 유대관계가 끈끈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응답했다.
이를 방정식으로 표시하면,
S = a + 0.17X1 + 0.28X2 + αX3 + βX4
(S: success, X1: 강한 유대관계, X2: 약한 유대관계, X3: 노력정도, X4: 운빨 )
‘강한 유대관계’는 비슷한 사회적 테두리에서 맺어지는 경향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얻을 확률이 낮은 반면, ‘약한 유대관계’는 범위가 넓어 오히려 새로운 정보나 기회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후 많은 다른 조사와 연구들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경영학자인 다니엘 레빈에 따르면, 기업 CEO들에게 정확히 현실을 인식시켜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것은 그들 곁에 있는 ‘끈끈한 관계’가 아니라 ‘소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레빈 교수는 CEO들에게 한동안 연락을 취하지 않아 소원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 경영과 관련한 조언을 받아보도록 했다.
결과는 예외없이 긍정적이었다. 대부분의 CEO들이 소원한 관계에서 얻은 조언이 현재의 관계에서 얻은 조언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새롭게 눈을 뜬 기분”이라고 밝힌 사람도 있었다,
친지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탄탄하고 강한 유대감은 우리의 삶이라는 나무가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뿌리가 된다. 하지만 그 나무에 많은 열매를 맺어주는 것은 사방으로 퍼져있는 잔가지들이다. 이것이 ‘약한 유대관계’가 발휘하는 힘이다. 그 힘이 생각보다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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