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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한국의 전략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할 설문조사 결과를 4월 29일(현지시각)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빅터 차가 작성했다. 국내의 많은 언론들이 대부분 이 보고서를 "한국의 전략전문가 1천여명 중 34%만 핵보유 지지"라는 제하로 보도했다. 초기 보도인 관계로 구체적인 분석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겠지만, 이 보고서는 언론에서 보도한 제목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설문조사와 분석은 핵 옵션에 관한 한국 전략전문가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의 관료들에게 정책적 제안을 할 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이전에 진행된 같은 주제의 설문과 결과가 많이 달랐다. 빅터 차는 그 차이의 주 원인이 전문가와 일반대중이 갖는 상황인식의 정도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분석한 핵 옵션에 대한 한국 전략전문가들의 주요 인식은 다음과 같다.
① 대다수의 한국 전략전문가들은 핵무기 보유를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34%가 동의했고, 53%가 동의하지 않았으며, 13%는 확실치 않다라고 답변했다. 2017년 9월 이후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36차례 실시한 설문에서는 평균 61%가 동의한다고 조사되었다. 한편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 및 온건 보수-중도-온건 진보 및 진보에 걸쳐 거의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한국의 전략전문가들은 핵 개발에 따른 평판비용과 물질적 비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훼손,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 다른 핵보유국들의 표적화 등 보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제와 명예의 실추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③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재등장하면 핵무장에 대한 지지 여론이 확산된다.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 특히 2024년 미국의 대선 결과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여 한반도에서 미 지상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수사적인 탈연계화(decoupling)를 언급하거나 실제 정책으로 시행하게 되면 한국 전문가들의 핵 무장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④ 핵무장을 지지하는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독자적인 핵무장을 선호한다.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하는 전문가 중 54%는 미국 핵의 공유나 전술핵의 재배치보다는 독자적인 핵무장을 선호하며, 65%는 핵무기의 주요 목적이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북한에 대항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⑤ 핵무장 동의 여부에 따라 한국의 핵능력 보유 방식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불가피하게 한국에 핵이 있어야 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핵무장에 동의한 전문가의 54%는 독자적 핵무장을 선호했으며, 동의하지 않은 전문가의 61%는 미국 핵의 공유를 선호했고, 입장을 유보한 전문가의 57%도 미국 핵의 공유를 선호했다. 가장 선호하지 않은 방식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기초로 빅터 차는 미국 정부에 여섯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한국의 전략전문가들은 핵무장을 선호하지 않으며 동맹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고 있으므로 패닉버튼을 아직 누르지 말것, 둘째는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한국을 안심시킬 것, 셋째는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탈하려고 한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탈연계적인 수사를 피할 것, 넷째는 한반도에서의 핵확산방지를 위해 핵무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킬 것, 다섯째는 한국 국민들의 여론이 핵무장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엘리트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마지막으로 한국이 시행하고 있는 비확산 노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것 등이다.
빅터 차의 분석과 제안은 한국의 핵 옵션을 미국의 입장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북핵 위협의 관리에 관한 설문이나 분석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관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이러한 관점이 다분히 '미국의 이익'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이익이란 한반도에서의 핵확산 방지이다. 북핵 위협의 현실화와 고도화는 당연히 한국의 핵무장 이슈를 등장시킬 수밖에 없음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핵의 왼편에서 한국의 핵무장 이슈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현 시점에서 시기상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국의 핵무장이 국내외적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시기가 분명 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지금부터 우리의 핵 잠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일본의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상황이 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적기이다. 둘째는 국가적 리더십의 발휘이다. 보고서에서도 분석했듯이 국민 대중의 핵 옵션에 대한 인식과 전략전문가의 인식에 많은 차이가 있다. 상황에 따라 정치인에게는 국민 대중의 압박이 전략전문가의 전문성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대중이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적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