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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8월 24일 저녁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중국-아프리카 국가 지도자 대화를 공동 주재했다. 이날 각국 정상들이 모인 지도자 대화 현장. ⓒ 신화통신 |
4월 28일자 한국일보에 "美의 '피크 차이나' 반성"이라는 컬럼이 게재되었다. 미국외교협회(CFR)가 격월로 발간하는 '포린 어페어스'의 5·6월호에 '피크 차이나의 망상'이라는 글이 게재되었는데 이를 소개하였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가 쓴 이 글의 요지는 '피크 차이나'에 기반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위험하다는 경고이다. '피크 차이나'는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베클리와 할 브랜즈가 2021년에 쓴 '피크 차이나 시대에 온 걸 환영한다'라는 글에 나오는 말로,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중국의 위험성을 진단했던 글이다. 이 글은 향후 미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에 있어 중요한 논리로 작용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메데이로스 교수는 정점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은 심각한 도전자이며, 미국이 떨쳐낼 수 없다고 봤다. 경제적 정점과 지정학적 정점은 다르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래서 정책에서 미국이 원하는 게 아닌 중국이 무엇을 하는지에 초점을 두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컬럼에서는 미중 패권 대결을 경제는 '피크 차이나'로, 정치는 자유민주와 권위주의 대결로 구분해 마냥 편하게 바라보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결론맺고 있다.
같은 호 '포린 어페어스'에는 '중국의 대안적 질서'라는 또다른 글이 게재되었다. 스텐퍼드대학 후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박사가 쓴 이 글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있어 미국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몽이란 비전을 일대일로(BRI),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CI)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하여 왔다. 중국은 인내심과 기회주의적 태도를 통해 그들의 전략을 강화해 왔다. 그들은 자신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미국을 '역내 질서 파괴자, 냉전 정신의 수호자, 블럭형성을 통한 분열의 추구자, 내정간섭자, 달러의 지위를 이용한 경제적 종속 강요자' 등으로 악마화시키면서, 자신들의 비전이 다양한 국제기구의 정신에 부합하며, 세계 대다수 시민들의 이익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자신의 프로그램에 막대한 자원을 제공하여 다른 국가들의 장기적인 지원을 보장함과 아울러 세계경제의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으로 그들의 프로그램은 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는 계속하여 축적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동맹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미국의 관리들은 지금까지 중국의 많은 계획들이 실패하고 있거나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의 비전을 무시하거나 묵살해 왔다. 그러면서 세계의 시스템을 독재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로 구성하는 패러다임은 일부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을 소외시켜 왔다. 중국은 이러한 불만을 이용해 미국중심의 국제체제를 자신이 중심인 세계(中華)로 전환시키려 한다. 퓨 리서치 센터의 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중위경제 수준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중국과 안보에 대한 중국의 기여에 대해 유럽이나 아시아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비전과 영향력이 글로벌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코노미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중국이 구사해왔던 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이나 피크'에 근거한 무시나 묵살보다는 중국이 주장하는 국제체제 변화의 장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구상하는 가치 기반의 글로벌 동맹 국가들만이 아닌, 중국이 구상하는 상이한 경제수준과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를 포함하는 국제체제에 대한 비전과 그 체제 내에서 미국의 역할을 분명히 밝히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의 전선이 중국블럭과의 경계선에 있었다면, 그 전선을 중국블럭 내부로 확장하는 비선형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코노미 박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 중국과의 단기적 안정화가 중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선동적 반중언사를 줄이고 더 기능적인 외교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소개한 '피크 차이나의 망상'이나 '중국의 대안적 질서'라는 글이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냉전 봉쇄정책 설계자 조지 케넌의 ‘긴 전문’도, 냉전 후 국제분쟁을 예고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도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되었다는 사실은 이 저널의 영향력을 상징한다. 이번호에 실린 글들의 맥락이 앞에서 소개한 두 글의 맥락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영향력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제안들이 현실화된다면, 당장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마치 '데땅트'처럼 인식될 수 있으며 우리 사회는 외교, 안보, 경제정책에 있어 다시 한번 극심한 이념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상황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우리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명확하게 간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