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년 4월 1일, 이란 대사관 근처 건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언론에 보도된 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건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 REUTERS |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폭격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 공습으로 3명의 고위 사령관을 포함한 7명의 군사 고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다마스쿠스 메제(Mezzeh) 지역 현장에 있던 로이터 기자들은 긴급 구조대원들이 대사관 본관에 인접한 외교 청사 내 파괴된 건물 잔해 위로 기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현장에 있던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을 표적으로 삼아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한 이 잔혹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짜 뉴욕타임즈는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리 4명은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공습의 배후에 있다고 확인했지만, 그 건물이 외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주재 시리아 대사 샤피크 다유브는 이번 공습이 외교 건물을 겨냥한 것이며 "모든 국제 협약과 규범에 대한 명백하고 완전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레바논 등 인접 국가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시리아 국영통신 사나(SANA)는 29일 오전 1시 45분 알레포 남동쪽 헤즈볼라의 무기고와 공장을 겨냥한 이번 공격으로 최소 33명의 시리아인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접경지를 근거지로 하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원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 북부 사령부의 사단 본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이스라엘이 역내의 적들과 대결하는 전쟁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군사 시설과 그 대리인들의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고, 가자 지구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단체 하마스에 대한 작전과 병행하여 이러한 공격을 강화해 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월 25일(현지시간)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즉각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4개국이 찬성했고, 미국이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의 일시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표결에 기권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따라 예정되어 있던 미국 대표단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두 동맹국 간의 대면 회담을 중단하려는 이스라엘의 움직임은 실망스러웠으며, 이번 투표에 기권한 이유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도록 막아온 미국의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 그리고 친이란세력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 확대가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등을 통해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과,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해 관련 국가들의 대응이 통제 불능상태가 되는 것을 막는 사이에서 미묘한 선을 그어 왔다. 표면상으로 하마스가 조율없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행위가 이란의 사활적 안보에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는 이스라엘의 결의를 지지해 왔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자제력을 발휘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미국이 3월 25일 유엔 안보리 결의한 채택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기권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에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의 뿌리는 이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을 더 광범위한 군사적 충돌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다.
3월 28일 Foreign Affairs에 게재된 "미국, 이란, 그리고 후원자의 딜레마"라는 글에서 힐터만(Joost Hiltermann)은 이러한 딜레마의 극복을 위해 양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훨씬 더 위험한 대재앙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정치 상황을 큰 맥락에서 예측할 수 있다고 하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 만약 힐터만이 주장한 대로 미국과 이란이 지금의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한다면, 중동이외의 지역에서 예기치 않은 대규모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에 불가피하게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시너지를 일으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에서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올 가능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중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