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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오른쪽) 헝가리 총리가 지난 2월 16일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장과 부다페스트에서 회동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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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에페어스(Foreign Affairs) 3ㆍ4월호에 그레이튼스(Sheena Chestnut Greitens)와 카돈(Isaac Kardon)이 흥미로운 주제로 분석한 이슈가 게재되었다. 그들은 지난 2월 16일 헝가리에서 열린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왕샤오훙(王曉紅) 중국 공안부장의 대면 회담에서 양국이 법 집행, 치안 유지, 대테러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그들의 주장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헝가리는 이미 무력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는 안보 동맹인 나토(NATO)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당혹스러운 협정이었다. 그러나 부다페스트가 베이징 및 워싱턴과 안보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파푸아뉴기니, 시에라리온,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들이 중국과 미국의 안보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중적 안보관계가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미국과 베트남은 양국 관계를 미국과 베트남 국방기관의 긴밀한 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과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베트남 인근에 가하는 안보 위협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안보 협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및 해양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베트남과 중국의 분쟁을 계기로 미국과 베트남의 국방 협력은 해양 영역에서 가장 강력하게 발전했다. 바이든이 하노이를 방문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시진핑 주석은 하노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베이징과 하노이가 함께 모든 종류의 정치적, 안보적 위험을 예방, 완화,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국가 안보 위협뿐만 아니라 양국 공산당과 지도부에 대한 위협도 언급했다.
이러한 현상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베이징과 워싱턴은 서로 다른 안보 개념과 각 국가가 제공하는 지원 유형을 반영하여 서로 다르게 지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대외 안보를 강화하고 지역 위협으로부터 파트너를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국내 안보를 보장하면서 정부에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반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양국의 관계는 서로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모두 안보 관계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이는 미중 경쟁을 심화시키고 오판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국방 관리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침범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안보 전략을 우선시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국방 관리들은 하노이에서 대화 상대들과의 관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정보 및 안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총리와 같은 하노이 정부의 다른 부처 관리들은 베트남 공산주의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베이징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베트남에 압박을 가하게 되면 베트남 지도자들은 국내 반대파에 의해 전복되거나 살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대외 중심적 접근이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국내 및 비전통적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Global Security Initiative의 기치 아래 대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높은 수준의 폭력 범죄와 같은 정당한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들을 돕고 있다면 미국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거나 억압의 기회를 늘리지 않으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이들 국가가 중국으로부터 국내 안보 지원을 계속 받기로 결정한다면 미국과 파트너국은 이들과 협력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감독기구와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미국은 각 국가가 어떠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식별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각 국가에는 고유한 안보 요구 사항이 있으며 각 국가에는 개별화된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파트너들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중국의 안보 조항이 개별 국가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는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상이 그레이튼스와 카돈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경쟁의 장(場)을 분석한 내용이다. 미국이 안보를 제공하고 중국이 경제적 번영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도 다른 하나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러한 명확한 절충안이 존재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한미협력의 강화, 한미일협력의 확대에 대해 중국을 염두에 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 상황에서 중국에 기대할 선택지는 없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명한 국가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게 되면 또다시 경중안미(經中安美)식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저자들은 글에서 미국의 전략구상 방향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크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