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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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에서 워싱턴의 전략이 변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작성일 : 2024.03.16 08:50 수정일 : 2024.03.18 01:1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aver.com)

2023년 3월, 미국 해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이 충돌 직전의 거리 내로 접근했다.
ⓒ ndre T. Richard/U.S. Navy/AFP/Getty Images=연합

  3월 12일(현지시각)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서태평양에서 전쟁의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군사전략을 재설정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와 군사외교적 활동을 분석한 전문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마샬페이퍼(The Marshall Papers)라고 불리는 CSIS의 프로젝트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을 평가하고 비평하는 일련의 에세이며, 이번 3월에는 글로벌 문제 전문가인 할 브랜즈(Hal Brands)와 잭 쿠퍼(Zack Cooper)의 '억지의 딜레마'라는 주제의 에세이가 실렸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국방예산 급증과 군사기술혁신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발전으로 인해 뒤집혔으며 미국은 이를 상쇄하기 위한 새로운 능력과 개념이 필요하며 관련국들과의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해양으로부터의 전력 투사를 통한 중국영토의 레이더, 미사일기지, 지휘통제센터 등의 목표물에 대한 치명적인 정밀타격으로 중국의 침략을 격퇴하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인민해방군은 수백 마일 떨어진 미국의 항공모함과 수상함, 이들의 기항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전력 투사 전략은 이제 중국의 위협에 취약해졌으며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국방예산의 증액도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여 미국은 중국이 전력을 외부로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일명 '미국식 반접근전략'이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적 구상아래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군사외교를 강화하고 부대를 재편성하고 있다. 저자들은 2023년도를 이와 같은 새로운 군사전략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있어 가장 변혁적인 해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근본적으로 전력의 배비, 동맹국 및 파트너국의 역할분담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 및 강점 시나리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소규모의 분산 배치된 부대로 중국의 초기 공격을 약화 및 지연한 후 함정과 항공기로 구성된 후속부대를 투입하여 결정적으로 격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소규모 부대들이 주둔할 군사기지가 필수적이므로 동맹국 및 파트너국으로부터 제공받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소규모 부대로는 중국의 침공에 대한 억지나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므로 관련국들의 보완적인 역할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전략에 필요한 관련국들의 보완적 군사력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이러한 새로운 군사전략에 수반이 예상되는 관련국과의 협력과 마찰은 외교와 정치에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들이다.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문제를 미국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지역 주민들을 소외시키고 외교적 차질을 빚을 위험이 있다. 관련국들은 미국이 언제든 떠날 수 있음을 의심하면서 미국의 전략에 필요한 역량보다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포괄적 군사력 건설을 선호할 가능성이 많다. 이것이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 안고 있는 몇 가지 딜레마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한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주한미군의 성격에 관한 문제이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국에는 2015년부터는 기갑전투여단이, 2022년부터는 스트라이커전투여단이 순환배치 되고 있다. 스트라이커전투여단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 96시간 안에 신속하게 투입하려고 만든 부대다. 이러한 미군의 순환배치계획이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과 정확하게 정렬(alignment)되는지는 모호한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의 또다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가장 큰 가능성은 이미 2019년에 인도-태평양사령부에 편성된 다영역작전부대(MDTF)와 유사한 성격의 부대로의 변화이다. 순환배치되는 여단 대신 이러한 부대를 붙박이로 편성할 수도 있고 가능성은 낮으나 별도의 새로운 부대를 배치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주한미군에 새로운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문제이다. 군사지리적으로 적합한 지역에 인민해방군을 목표로 하는 대공 및 대함미사일체계의 배치를 미국이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주력부대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객관적인 전투력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수 있으나 전략적 목표가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한미간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큰 부분이다. 또한 미군의 새로운 무기체계, 그것도 중국을 표적으로 하는 무기체계가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드(THAAD)가 배치될 때 겪었던 국내외의 정치적 갈등상황을 극명하게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포함하여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이 한반도의 안보와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합리적인 대응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실, 국방부, 외교부 등에서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의 전력투사 전략(Air Sea Battle)과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A2/AD) ⓒ NEWS.Z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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